[홍승희 칼럼] 지진과 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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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또 다시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며 적잖은 피해를 냈다. 같은 양산단층이란다. 그리고 바로 그 양산단층 부근에서는 크고 작은 지진이 연 평균 2.8회씩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한반도에서 이 동남지역이 대표적인 지진발생 지역인 것이다.

그런 양산단층 근방에만 14기의 원전이 자리하고 있다. 그러니 환경단체들은 그 지역 원전의 빠른 폐기를 요구하지만 원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아직 대체에너지 분야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형편이라 단시일 내에 원전 가동을 완전히 멈추기에는 또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다.

현 정부가 일단 에너지 정책 방향을 탈 원전으로 잡고는 있으나 점차적인 진행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지역경제 측면에서의 기여도 있는 만큼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의견도 갈리는 상황이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는 이들과 위험을 끌어안고 살 수는 없다는 이들이 갈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진 위험도 높은 그곳에 유독 많은 원전이 건설됐을까. 그 바탕에는 계획경제를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신의 고향에서부터 산업화의 바람을 일으키고자 한 욕망이 있었다.

울산 포항 구미를 잇는 한국의 대표적인 산업벨트에 정부 지원을 쏟아 부은 기간산업체들이 줄줄이 들어서며 급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생각해낸 게 원전이었다. 그리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런 원전의 위험성을 몰랐다. 원전은 핵무기를 만드는 우라늄의 평화적 이용이라고 정부가 열심히 홍보했으니까.

최근 포항 지진 이후 한 방송 뉴스에서는 지진 발생빈도가 높은 양산단층 주위에 원전이 그렇게 집중된 이유를 지진 연구가 부족했던 당시 지층이 안전하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분명 그런 관변학자들과 연구소 등의 보고가 있기는 했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한반도에서 지진발생이 그리 잦은 것도 아니었다. 최근 들어 양산단층이 갑자기 활동을 시작한 듯도 하지만 한반도에 활성단층이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모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늘 염려하고 경계하는 이들은 있었다. 이미 경주가 아주 오래전이지만 신라시대 기록으로 지진보도가 있었고 심각한 지진피해를 입었던 흔적들이 불국사의 계단에서도 드러나 있는 만큼 그 인근이 원전 건설에 적합지가 아니라는 의견이 고리 원전 1호기 건설 당시에도 제기됐었다.

다만 경제성장에 목매달던 당시 정권 입장에서 그런 염려에는 그저 귀를 닫았을 뿐이다. 정부가 하려는 일에 시비나 거는 것으로 치부해버렸던 것이다. 당시의 박정희 정권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을 거부했고 때로는 탄압했었으니까.

사실 최근 활성단층으로 밝혀진 양산단층 주위로는 크고 작은 여러 단층들이 숱하게 퍼져 있어서 언제든지 각 단층간의 충돌에 의한 지진도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지역이다. 그동안은 그런 지층 연구가 미흡하기도 했던데다 또 일본의 강진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진도가 약하니까 의도적으로 위험성을 무시하고 정책을 강행하려는 정권의 의욕이 겹쳐 오늘날의 위험을 준비했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경주 지진에 이어 1년여 만에 다시 포항지진이 일어나며 국민들로서는 지진 자체의 공포도 있지만 그 주변의 수두룩한 원전에 더 큰 걱정을 하게 됐다. 더구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지진과 원전을 자연스레 묶어 생각할 수 있게 된 지금은 그 걱정이 더 커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박정희의 그 대단한 고향 사랑이 고향 사람들을 1차적인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다. 요즘이야 영광에도 원전이 들어섰지만 여전히 원전은 울진-월성-고리로 이어지는 양산단층 주변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

지질학에 특별한 소양이 없는 필자로서야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어쩌면 지금은 전 지구적으로 지각활동이 활성화되어가는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이곳저곳에서의 강진들이 자주 세계인의 뉴스가 되고 있는 걸 보면. 그렇다면 주변에 크고 작은 여러 단층들을 거느리고 있는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니 그 주변은 특히 위험하다. 북한 핵만 위험한 게 아니다. 활성단층 위의 원전이 결코 덜 위험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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