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주현 기자]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엄마·아빠들이 뿔났다. 대한민국 10대그룹 중 한 곳인 신세계의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발표를 보고서다.

지난 8일 신세계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해 '임금의 하락이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내년 1월부터 전격적으로 실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루 8시간 근무에서 7시간 근무로 전환, '휴식이 있는 삶', '일과 생활의 균형'이 맞춰지는 삶을 임직원들이 누릴 수 있게 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신세계의 핵심 계열사인 이마트에서 일하는 엄마·아빠들 사이에 "최저임금 무력화 꼼수"란 의혹이 퍼졌다.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불던 12일 오전 11시 서울 남산 아래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대형마트 3사 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이 마련한 이날 기자회견에선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에서 일하는 엄마·아빠들이 울분을 쏟아냈다. 그들은 "신세계-이마트의 노동시간 단축은 사기"라고 주장했다. 이마트 폐점시간을 자정에서 오후 11시로 한 시간 앞당긴다는 게 그들이 화난 이유다.

그들은 신세계가 이마트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최저임금 수준 노동자들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꼼수를 뒀다고 여긴다. 특히 '임금 하락 없는 근로시간 단축'이란 말에 화를 냈다. 이마트노조(마트노조 이마트지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처럼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면, 월 200만원이 넘는 임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200만원은커녕 월 최저임금(209만원)에도 못 미치는 월 183만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마트노조 주장에 대해 신세계 쪽은 2020년 일을 속단해선 안 되고, 임금은 협상을 통해 결정한다고 선을 그었다. 신세계와 이마트노조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문제는 이마트노조가 신세계를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발표 전까지 우린 알지 못했다. 신세계의 그동안 전과를 봤을 때 발표 내용을 믿지 못하겠다"는 이마트노조 위원장 말에서 뿌리 깊은 불신이 엿보였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5월31일 "올해는 더욱 더 적극적으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신세계가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제1전시장에서 열린 '신세계그룹&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한 약속이다.
 
신세계가 임금 하락 없는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을 발표했을 때 정 부회장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통 큰' 결단을 내렸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마트에서 일하는 엄마·아빠들의 얘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물론 이마트노조 주장은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그래도 신세계가 '좋은일자리'를 만들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일하는 사람의 믿음을 얻어야 좋은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