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M&A, 당국 엄격 잣대에 '난항'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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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서울파이낸스DB

인수자 '대주주 적격성' 깐깐 심사…케이프·DGB금융 '긴장'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M&A(인수·합병)를 통해 새롭게 도약하고자 하는 증권사들이 마지막 관문이라 할 수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난감해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인수 주체에 대한 대주주 심사를 엄격히 하면서 M&A가 난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이 케이프컨소시엄의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부정적 입장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실무진이 케이프의 인수 자금조달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케이프컨소시엄은 지난해 8월 SK그룹이 보유한 SK증권의 지분 10%를 600억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다. 이후 9월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뒤 결과를 기다렸다. 통상 신청 접수 후 2개월 안팎으로 결과가 통보되지만,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부정적 기조까지 더해지자 케이프의 SK증권 인수 작업이 수포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당초 마지막 관문이라 여겨지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자신했던 케이프 측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당황스러운 눈치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금융당국이 새로운 대주주에게 재무적·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꼼꼼히 체크하는 과정이다. 대주주 측의 흠결이 있다는 사안이 전해지면 당사자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일부 부정적 요소가 나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도 "당국으로부터 관련 사안에 대해 전해들은 바가 없어 현재는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프컨소시엄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감지되면서 피인수자인 SK증권도 당혹스럽게 됐다. 케이프가 대주주 적격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해 SK증권 인수가 무산되기라도 하면 SK그룹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위기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에 SK그룹은 지난해 8월까지 SK증권 지분(10%)을 전량 처분해야 했고, 인수 대상으로 케이프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금융당국의 엄격해진 잣대는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DGB금융지주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DGB금융은 지난해 11월 현대미포조선과 하이투자증권의 지분 85.32%에 대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12월 금융위에 자회사 편입 승인 인가 신청을 했다.

당초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대해 낙관하는 전망이 우세했다. 금융지주의 편입 심사는, 일반 기업이 금융사 인수 시 받는 대주주 변경 심사와 비교해 수월하기 때문이다. 이에 재무나 경영관리 상태 등 세부 요건을 대부분 충족하고, 별다른 흠결이 없는 DGB금융이 이변이 없는 한 자회사 편입 승인 통과를 받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편입승인에 유일한 걸림돌로 거론된 박인규 회장의 횡령 혐의도 DGB측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대주주 적격성이 금융지주의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거란 판단에서다. 실제, 금융지주회사법 상 자회사의 편입 승인 요건에 대주주 적격성 여부가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당국이 금융권 인허가·승인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기류가 감지되자 DGB측은 긴장하고 있다. 박 회장에 대한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박 회장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아직 관련 수사는 진행되고 있다. 당국의 엄격해진 잣대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박 회장에 대한 수사가 종결되기 전까지 금융당국의 승인 결정이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수사 결과가 예측될 수 없는 만큼 당국이 섣부른 결정을 내리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지주가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에서 대주주 적격성 여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최근 당국의 기류를 감안하면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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