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세'부터 주식 매각 우회지원까지…총수 2세 경영권 승계 토대 마련 목적
[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하이트진로가 총수 2세를 위해 10년간 '일감몰아주기'를 했다는 혐의로 100억원대 과징금을 물게 생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과징금 부과와 동시에 관련 책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15일 하이트진로 총수 2세 박태영 경영전략본부장과 김인규 대표이사, 김창규 상무를 검찰에 고발하고 하이트진로 79억5000만원, 서영이앤티 15억7000만원, 삼광글라스 12억2000만원 등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각종 통행세 거래와 우회지원으로 계열사 서영이앤티에 부당이익을 몰아줬다. 그 시기가 박 본부장이 서영이앤티를 인수한 직후부터다. 박 본부장은 2007년 12월 서영이앤티의 지분 73% 인수했다. 이후 서영이앤티는 2008년 2월 기업집단 하이트진로 계열사로 편입됐다.
서영이앤티는 생맥주기기를 제조해 하이트진로에 납품해오던 중소기업이다. 2008년 4월 하이트진로가 서영이앤티에 과장급 인력 2명을 파견하고 6억원에 달하는 급여를 지급했다. 이들은 하이트진로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자로 부당지원 등 각종 내부거래를 기획하고 실행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인력파견 이후에는 삼광글라스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맥주용 공캔을 서영이앤티를 거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1캔당 2원의 '통행세'가 적용됐다. 이렇게 하이트진로는 연간 맥주캔 4억6000만개를 2012년 말까지 사들였다. 통행세 지급으로 서영이앤티의 매출 규모는 6배나 급증하고 당기순이익의 49.8%에 달하는 56억2000만원의 이익을 챙겼다.
2013년에는 맥주캔의 원료인 알루미늄코일에도 손을 댄다. 삼광글라스에 '맥주캔 통행세'를 중단하는 대신 알루미늄코인 통행세를 요구했다. 같은 방식으로 삼광글라스가 알루미늄코일을 구매할 때 서영이앤티를 끼워넣은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계열사 간 맥주캔을 거래하는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에 접촉된다고 보고 이를 피하기 위해 맥주캔 대신 알루미늄코일로 통행세를 대체한 것으로 여겨진다"며 "외형상 비계열사와 거래를 하는 걸로 보이기 때문에 법적 그물망을 빠져나가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영이앤티는 이를 통해 2014년 1월 말까지 매출 590억원을 거뒀다. 당기순이익은 8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해당기간 영업이익의 20.2%에 해당된다.
다음 위법 행위는 서영이앤티가 자회사 주식을 고가에 매각할 수 있도록 하이트진로가 우회지원을 한 것이다.
서영이앤티는 자금 압박에 시달리자 자회사인 서해인사이트 주식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하이트진로는 정상가격인 14억원보다 훨씬 비싼 25억원에 서해인사이트를 매각할 수 있도록 도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자신의 건물에 입주해 있는 납품업체 키미데이타에 이자를 포함한 주식 인수대금 전액을 용역대금 인상 형식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이면약정을 맺어줬다.
이를 통해 매입 차액인 11억의 이익을 당시 적자로 어려웠던 서영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해당 거래에 대한 대표이사 결제와 총수 2세 관여 사실을 숨기기 위해 허위자료를 공정위에 제출했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맥주캔과 전혀 무관한 '밀폐용기 뚜껑 통행세'를 끼워 넣었다. 하이트진로는 2014년 9월 삼광글라스에 서영이앤티를 통해 밀폐용기 뚜껑을 구입하도록 했고 이는 지난해 9월까지 이어졌다. 이를 통해 서영이앤티는 매출 323억원, 이익 18억6000만원을 남겼다.
공정위는 2008년부터 지난 10년에 걸친 하이트진로의 부당행위가 총수 2세의 경영권 승계로 귀결된다고 진단했다. 서영이앤티는 사업경험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맥주캔 시장 점유율 47%를 차지하는 등 유력 사업자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삼광글라스 공캔 사업 부문에서 하이트진로의 거래의존도가 70% 쏠려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한다.
이를 발판으로 서영이앤티는 하이트진로 회장의 지분 증여, 기업구조 개편 등을 통해 하이트홀딩스의 지분 27.66%를 보유한 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회사가 됐다. 총수가 단독으로 지배하던 기업구조는 현재 서영이앤티를 통해 2세와 함께 지배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총수일가가 장기간에 걸쳐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위법인 것을 알고도 부당행위를 했다"면서 "대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 및 총수일가 사익편취 행위를 철저히 감시하고 이를 엄중 제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