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자본규제] 가계대출 40조, 생산·혁신 분야로 돌린다
[금융 자본규제] 가계대출 40조, 생산·혁신 분야로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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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금융위원회

은행 BIS 비율·예대율 개편…"부동산 대출 억제"
저축銀·보험사 주담대 위험가중치도 상향 조정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가계·부동산 대출에 쏠려있는 은행의 영업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하 BIS 비율)과 예대율을 재편하고, 거시 건전성 규제인 '가계부문 경기 대응 완충 자본'을 도입하는 방안을 통해서다. 자본적립에 부담을 줘서 특정 부문에 대출 쏠림을 막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40조원 내외의 가계대출 감축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생산적 금융을 위한 자본규제 등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금융 본연의 자금중개 기능을 회복하고 가계대출·부동산 분야 등이 아닌 생산·혁신적 분야로 자금이 배분될 수 있도록 금융 유인체계 전반을 재설계하는 것이 골자다. 

먼저 은행·저축은행·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중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과도한 대출에 대해서는 자본규제 부담이 늘어난다. 주택가격 하락의 잠재리스크를 고려해 BIS 등 자본비율 산정시 고(高)LTV(60% 초과) 주담대의 위험가중치를 상향시키는 방식이다. 

은행과 저축은행의 위험가중치는 현행 35~50%에서 70%로 크게 높아지고 보험의 위험계수는 현행 2.8%에서 5.6%로 늘어난다. 은행권의 경우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가 상향되면 국제기준인 국제결제은행(BIS)이 정한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다. BIS규제 준수가 중요한 은행 입장에서는 자본을 추가로 충당하거나 LTV가 높은 주담대를 포기해야 한다. 결국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한층 보수적으로 운용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은행 예대율(대출금/예수금) 산정방식도 개편한다. 가계-기업대출에 대한 가중치를 차등화해 기업부문으로 자금흐름 유도하는 방식이다. 예대율이란 원화예수금 대비 원화대출금의 비율을 말한다. 현재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예대율은 차이가 없는데 앞으로 가계대출은 높게, 기업대출은 낮게 가중치를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가중치 수준은 ±15%로 하되, 향후 가계부채 추이 등을 고려하며 조정하겠다는 설명이다. ±15%의 가중치를 적용했을 때 시중은행 전체 평균 예대율이 98.1%에서 99.6%로 상승한다. 현재 은행들은 예대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도록 은행업 감독규정으로 규제받고 있다. 예대율 산정방식 개편이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 압박 카드가 되는 셈이다. 금융위는 유예기간을 약 6개월로 두고 기업대출이 없는 은행(인터넷전문은행)은 종전 예대율 산정 방식을 적용토록 하는 등 은행업권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의 부동산 투자에도 메스를 댄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대출이 부동산에 집중될 경우 증가될 리스크 등을 감안해 자본부담(위험액)을 상향한다. 현행은 기업의 신용등급에 따라 거래상대방별 위험값을 0~32%로 산정했는데 앞으로는 장기 부동산 대출(PF 등)에 대해서 현행 위험값에 일정비율을 가산할 계획이다. 유동성 측면에서 부동산 직접 보유와 동일한 효과를 가지는 부동산 펀드는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한다. 

가계부문 경기 대응 완충 자본도 도입한다. 경기 대응 완충 자본은 특정 부문에 일정 한도를 초과해 가계대출을 늘린 은행 등이 추가 자본을 쌓도록 하는 규제다. 가계부채 증가속도, 경제상황 등을 따져 금융위가 '적립비율'을 결정하면 은행별로 가계신용 비중에 따라 추가 자본을 적립한다. 예컨데 금융위가 가계대출에 1% 자본적립을 결정하면 전체 신용 중 가계신용 비중이 50%인 은행은 0.5%(1% X 0.5) 추가 자본적립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기업금융 인센티브도 활성화 한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기업에 대한 신규 신용공여에 대해서는 법적 우선변제권이 부여되는 점 등을 감안해 기존대출 보다 자산건전성을 상향 분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 기업에 대한 다른 여신과 구분해 건전성 분류를 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담보·보증대출에 편향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신용대출에 대한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은행 경영실태평가시 경영관리 부문에 '중소기업 신용대출 지원실적' 항목을 새로 만들고 약 5%의 평가 가중치를 신설한다. 이외에 중소·벤처기업에 투·융자시 자본활용 부담을 대폭 완화한다. 중소·벤처기업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경우 주식집중 보유에 따른 위험액 가산을 면제해준다. 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한 신용공여에 대해서는 대출자산의 위험수준에 따라 건전성 부담이 차등화되도록 개선한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번 자본규제 개편방안은 금융의 '생산적 자금중개 기능'을 정책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개편안 시행시, 중장기적으로 최대 40조원 내외의 가계신용 감축 유인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대부분 과제가 업권별 감독규정 등 하위규정 개정사항인 만큼 올 1분기부터 속도감있게 후속조치를 추진할 방침이다. 규정개정 과정에서 시장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고 유예기간 부여 등 보완장치도 충분히 검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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