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금융감독원이 포착한 채용비리 정황에 대해 관련 은행들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금감원이 제기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나선 반면 광주은행은 특혜채용을 인정하고 해당 임직원을 퇴사시키는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날 하나·국민·광주·부산·대구은행 등 5곳을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은행권 현장검사를 통해 총 22건의 채용비리 정황을 포착했다. 하나은행이 13건으로 가장 많았다. 국민은행과 대구은행은 각각 3건, 부산은행 2건, 광주은행 1건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이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2016년 채용에서 사외이사와 관련이 있는 지원자가 필기전형, 1차면접에서 최하위 수준이었음에도 전형 공고에 없는 '글로벌 우대'로 전형을 통과시키고 임원면접 점수로 임의로 조정해 최종합격시켰다.
계열사 카드사 사장 지인 자녀도 임원면접 점수가 불합격권이었으나 점수를 임의조정해 최종합격 처리했다. 또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위스콘신대 등 특정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을 최종합격시키기 위해 한양대 분교, 카톨릭대, 동국대 등 다른대학 출신 지원자 7명의 점수를 내려 불합격 처리했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은 "채용비리 사실이 전혀 없으며 특혜채용 청탁자도 없었다"며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우대 전형은 해외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별도의 심사를 진행해 채용한 것"이라며 "특정인을 위해 면접점수를 임의 조정한 사실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특정대학 출신을 합격시키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한 사실 또한 없으며 입점대학 및 주요거래 대학 출신을 채용한 것"이라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국민은행 역시 "채용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직원들은 정상적인 기준과 절차에 의해 채용했다"며 채용비리 의혹을 부인했다. 또한 "향후 검찰조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하겠다"며 "채용과 관련해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의 경우 특혜채용 3건이 모두 채용청탁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 사외이사의 자녀가 서류전형에서 공동 840등으로 하위권에 머무르자 서류합격 증원을 통해 통과시키고 최종합격시켰다. 최고경영진의 조카로 서류전형, 1차 면접 결과 최하위권인 지원자에 2차 면접시 경영지원 그룹 부행장, 인력지원부 직원이 최고등급을 줘 최종합격시킨 사례도 있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합격자를 윤종규 회장의 조카로 추측한다.
반대로 광주은행은 특혜채용에 대해 모두 인정하는 등 정면돌파로 난관을 헤쳐가고 있다. 광주은행은 인사담당 부행장보가 자녀의 2차 면접에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사례가 적발됐다. 광주은행에 따르면 내부에서는 이 사실을 채용절차가 끝난 이후에 인지했다. 이후 당사자인 임원과 인사담당 부장을 전보 조치하고 향후 동일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반 조치를 마련했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현재 해당 관계자들은 모두 광주은행을 떠났다"며 "향후 채용의 공정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응시자의 이해 관계인이나 지인은 면접 등 채용 절차에 있어 일체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수사기관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