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식품 덕후', 열 소비자 안 부럽다
잘 키운 '식품 덕후', 열 소비자 안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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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오츠카는 비타민 탄산음료 '오로나민C'의 팬클럽 창단식을 지난해 10월 여는 등 팬덤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사진 = 동아오츠카)

오리온·빙그레·동아오츠카, 팬덤 마케팅 먹혔다…브랜드 선호도 물론 매출도 껑충

[서울파이낸스 박지민 기자] #. 여성 직장인 어다진(27·서울)씨는 이른바 '스벅 덕후'다.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 애호가를 흔히 스벅 덕후라고 부른다. 실제로 어씨는 크리스마스나 밸런타인데이 등 시즌마다 출시되는 스타벅스 기획상품(MD)을 빼놓지 않고 사는 편이다. 그는 "스타벅스 MD를 모으는 게 일종의 취미인데, 매년 시즌마다 다르게 출시되는 상품을 진열해놓고 보면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스타벅스 MD를 계속 모을 계획"이라고 말한다.

식품·외식업계에 '덕후'들의 치맛바람이 휘날리고 있다. 특정 브랜드를 유난히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업계 판도를 뒤흔들 정도의 구매력을 발휘한다. 기업들도 이를 겨냥한 마케팅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식품 팬덤'이라는 독특한 문화가 확대되는 추세다.

12일 식품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오리온은 장수 브랜드 '초코파이'를 고급 디저트로 재해석해 오프라인 디저트 매장인 '초코파이하우스'를 선보였다. 초코파이하우스는 지난해 12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이어 지난 5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까지 2호점으로 늘었다.

2호점은 개장 5일 만에 1만개 이상 제품이 팔리는 등 매일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초코파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초코파이하우스의 성공으로 결실을 맺었다고 본다. 일명 '초코파이 덕후'들이 초코파이하우스 방문 인증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적극적으로 올리면서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다.

황혜령(28·서울)씨는 "초코파이의 포장이 투명하던 시절부터 바나나 초코파이, 초코칩 초코파이 등이 출시된 최근까지 신제품을 모두 섭렵했을 정도로 초코파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판교에 초코파이하우스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왔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맛있었다. 앞으로도 초코파이 신제품이 나오면 빠짐없이 사먹을 것"이라며 덕후임을 감추지 않았다.

▲ 빙그레는 CJ올리브네트웍스와 협업해 장수제품인 '바나나맛우유' 모양의 화장품을 선보이는 등 차별화된 팬덤 마케팅을 시도해오고 있다. (사진 = 빙그레)

빙그레하면 떠오르는 장수 브랜드 '바나나맛우유'는 2015년까지 정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빙그레가 마니아층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시도하면서 대박이 났다.

바나나맛우유를 주제로 만든 옐로우카페와 바나나맛우유 화장품, 바나나맛우유 키링(열쇠고리)까지. 덕후들의 소비심리를 겨냥한 아이템들이 제대로 통하면서 바나나맛우유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15%이상 껑충 뛰었다.

음료기업 동아오츠카는 이 같은 시장 흐름에 맞춰 적극적인 '덕후몰이'에 나섰다. 지난 2015년 출시된 비타민 탄산음료 '오로나민C'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을 모아 팬클럽을 만든 것.

동아오츠카는 팬클럽 이름을 '오로나민C볼단'으로 정하고 지난해 10월 창단식을 열었다. 회원으로 120명을 모집했는데 1500여명이 몰리는 등 '오로나민C 팬클럽'에 대한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브랜드 팬덤을 형성해 고정 수요층을 탄탄하게 만들면서, 오로나민C의 연매출은 출시 첫해 110억원에서 지난해 322억원으로 3배가량 늘었다. 동아오츠카 관계자는 "생기발랄한 TV 광고 속 모델들의 '깨방정'을 자발적으로 패러디한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는 등 브랜드에 애정을 가진 소비자들이 많다"고 밝혔다. 그는 "팬클럽 창단식을 여는 등 소비자와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소통을 하면서 오로나민C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이처럼 식품업계에서 소비자 팬덤을 만드는 데 적극적인 이유는 치열해진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아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팬덤 마케팅 사례가 느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브랜드 선호도가 높아지면 MD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하는 등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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