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구청장들 반기에 도정법 조사·조치권 명시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강남 아파트들의 재건축 인가를 놓고 관리 감독을 맡은 국토교통부와 강남3구 구청들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국토부는 강남 3구 구청들에 재건축 단지들이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고 있는지 한국감정원의 타당성 조사 등을 거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지만 강남3구 구청들은 공공기관의 관리처분 타당성 검증요청을 철회하며 반기를 들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서울시와 주택시장 현안 실무회의를 열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하는 등 '벼락치기' 관리처분 신청한 단지 정조준하고 있다.

서울시는 산하 구청 업무에 대한 행정 감사 권한이 있어 이를 통해 조합이 처음에 낸 신청서 원본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토부는 기본적으로 재건축 인가 업무는 구청의 소관이기 때문에 지방자치 영역 내에서 잘 정착되기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행법 상 국토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근거도 충분해 국토부의 행보가 주목된다.

13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올라온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조항을 살펴보면 국토부는 구청들의 재건축 인가와 관련해 자료를 제출받아 분석할 수 있고 '점검반'을 만들어 직접 챙겨보고 인가 취소까지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도정법 111조는 국토부가 재건축 추진위원회, 사업시행자 등에게 자료 제출이나 보고를 명령할 수 있고 공무원이 직접 조사할 수도 있도록 했다.

113조는 국토부가 재건축 사업이 도정법에 위반됐다고 인정될 때 시장이나 구청장 등에게 처분의 취소나 변경, 공사의 중지 등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같은 조에 국토부가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반을 구성해 재건축 사업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여 위법사항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대목도 있다.

이렇듯 도정법에는 구청들이 섣불리 재건축 사업 인가를 내줬다고 판단될 경우 국토부가 구청이나 서울시에 관련 조치를 촉구하는 선을 넘어 직접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조합원 간 권리관계를 정리하는 절차인 '관리처분계획' 인가 여부다. 이는 단순한 진도 문제가 아니라 단지별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에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관리처분계획 인가 여부는 올해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환수제) 적용 여부를 가른다. 작년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신청이 접수됐고 이후 잘 통과된다면 환수제를 피하기에 여러 단지가 작년 연말까지 서둘러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했는데, 이 과정에서 날림으로 서류가 접수됐을 것이라는 시선이 제기된다.

구청이 재건축 단지들이 낸 관리처분계획을 반려하면 환수제 대상이 되고, 조합원 1인당 수억원에 달하는 재건축 부담금을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구청들에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하기 전 감정원 등을 통해 타당성 검증을 받을 것을 안내한 것이라고 말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수천억원의 세금이 걸린 문제인데 구청이 허술하게 관리처분계획을 인가해주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며 "이 때문에 구청에 좀 더 꼼꼼히 검토해 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청들은 한번 내린 결정을 번복하지는 않았다. 구청들은 최근 감정원에 제출했던 관련 서류들을 모두 회수해 간 것으로 전해졌다. 감정원의 타당성 검증을 생략한 채 구청이 자체 판단만 할 경우 잣대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여전히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무엇보다 재건축 인가는 구청에 기본적인 권한이 있는 만큼 구청과 서울시가 자율적으로 순탄하게 처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며 "직접 조사 권한 등을 행사하는 방안은 현재로선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