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집값 잡기'…아파트값 더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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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재건축 사업의 안전진단을 대폭 강화함에 따라 재건축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 서울 노원구 상계 7단지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10만 3800여 가구 해당전문가들 "수급 불균형·혼란 가중"

[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정부가 20일 재건축 사업의 안전진단을 대폭 강화함에 따라 서울에서만 10만3800여 가구가 영향을 받게 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무분별한 재건축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 사업이 중단되면 앞으로 서울지역의 집값은 더욱 오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구조안정의 가중치가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 전에도 40%였는데, 이를 50%로 더 높이겠다는 것은 재건축의 첫 관문부터 사업을 틀어막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앞으로 중층 아파트의 재건축 사업이 상당 기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진단 강화는 국민의 삶의 질보다는 집값 잡기의 수단으로 재건축 규제를 활용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며 "원칙없는 정부 정책으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구조안전 가중치가 규제 완화 전보다 높아짐에 따라 '건물이 무너지지 않는 한' 재건축 사업이 어려워질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1990년대 지어져 내진 설계 등이 적용된 단지는 물론이고 1980년대에 지어져 내진 설계가 되지 않은 아파트조차 첫 관문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대부분 조건부 재건축인 'D등급' 판정을 받는데 여기서 다시 공공기관의 적정성 평가를 받으라는 것은 구조안전보다는 사실상 '정책적 판단'에 의해 재건축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안전진단을 사실상 통과했더라도 집값이 오르면 얼마든지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번 조치로 재건축 기대감으로 가격이 급등했던 준공 30년 안팎의 아파트 단지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를 비롯해 서울 송파구 올림픽 선수촌·기자촌·훼밀리 아파트, 노원구 상계동 주공아파트 단지 등이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단지들은 상당수 안전진단을 신청조차 하지 못했다.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서울에서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단지 10만3822가구 가운데 강남 4구 물량은 2만6025가구로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나머지 75%는 비강남권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집값 상승을 주도해온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나 대치동 은마아파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등은 이미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목동이나 상계 등 중층아파트들은 아직 안전진단을 신청한 곳이 없다"며 "이들 지역의 재건축이 지연됨에 따라 강남-비강남권의 주거환경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양도세 중과 조치,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강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등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 악재가 줄을 잇는 만큼 집값은 보합세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 재건축 규제로 인한 집값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안전진단 강화,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초과이익환수에 이어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까지 도입되면 재건축 사업에 4중 족쇄가 채워지는 셈이라 한동안은 강보합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부터 재건축을 시작해도 최소 10년이 걸리는데 안전진단부터 발목이 잡히면 5∼6년 뒤에는 입주 물량이 줄어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이라며 "신도시 개발 등 대규모 택지개발도 중단된 상태에서 재건축 규제가 서울지역의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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