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K-뷰티, 유커 대신 무슬림 홀린다
'알록달록' K-뷰티, 유커 대신 무슬림 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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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색조화장품 계열사 에뛰드하우스 매장(왼쪽)과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숍 계열사 더페이스샵 두바이몰 매장. (사진=각 사)

중동·아세안 시장 가파른 성장세…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금맥 캐기' 앞장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중동 무슬림 여성들은 히잡을 착용해 얼굴을 가리지만, 색조 화장이 진하다. 아바야(검은 망토)를 벗으면 샤넬 정장을 입고 있다. 다섯 손가락에는 불가리·쇼메 반지를 낀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길목인 이탈리아의 백화점 명품관은 무슬림 여성들로 북적인다. 구매력으론 중국인보다 한 수 위가 무슬림 소비자다." 화장품 업계 한 종사자는 중동 시장 중요성을 이 같이 설명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잔뜩 움츠린 화장품 업계가 몸풀기에 나섰다. 발길 끊긴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 대신 '히잡 족' 구애에 시동을 건 것이다. 중동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지역에 매장을 내고, 현지인 피부에 맞춘 화장품을 개발한다. 중국에서 값비싼 한방 화장품을 앞세웠으나, 중동에선 상대적으로 값싼 색조 화장품이 주요 무기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중동 사업 첫 삽을 뜬다. 국내 시장을 넘어 중국과 동남아, 중동, 유럽까지 '아시안 뷰티(Asian Beauty)'로 연결하겠다는 서경배 회장 의지가 담겼다. 색조 화장품 계열사 에뛰드하우스는 1분기 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쿠웨이트에 단독 매장을 낼 계획이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중동 주요 도시에 지역 전문가 '혜초'를 파견해 시장을 조사하고, 현지 유통 기업 알샤야그룹(Alshaya Group)과 파트너십을 맺어 사업 발판을 마련했다.

UAE와 쿠웨이트에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K-뷰티가 인기를 끌고 있어 에뛰드 사업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서 낸 중동 화장품 시장 분석 자료를 보면, 뷰티 블로그와 유튜브를 주로 접하는 10·20대 쿠웨이트 여성 사이에서 국내 화장품 인지도가 꽤 높다. 입술에 바르는 틴트 제품과 번짐 없는 타투 아이라이너, 비비(BB)·씨씨(CC)크림이 인기다.

▲ LG생활건강이 오만에 낸 더페이스샵 매장. (사진=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아모레퍼시픽은 현지인 피부도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무슬림 전용 할랄 인증 화장품은 아직 선보이지 않았지만, 싱가포르 R&I 연구소에서 아세안 무슬림 소비자를 대상으로 생활방식과 피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은 2016년 기준 중동 시장에서만 7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6년 요르단 더페이스샵 매장을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 UAE에 진출한 덕분이다. LG생건은 다양한 문화에 반감이 없는 젊은 소비자들을 주로 공략했다. 귀여운 디자인을 앞세운 색조 제품과 CC크림을 전면에 내세웠다. LG생건에 따르면, 더페이스샵 제품 가운데 깜찍한 포장의 '러블리 믹스 디자인 브로우'와 '페이스잇 e콜라겐 볼륨 마스카라'가 현지 여성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LG생건 측은 "중동 지역에선 노출되는 부위를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 인기다. 눈 화장을 진하게 하는 편인데, 브로우나 마스카라(속눈썹 화장품)를 바르지 않고는 외출을 꺼릴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 "소비력이 높은 계층이 넓게 형성돼 있고, 여성 소비자들도 보수성을 탈피해 점차 뷰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잠재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아모레와 LG생건뿐 아니라 에이블씨엔씨(브랜드숍 미샤)와 엔프라니(로드숍 홀리카홀리카)도 무슬림 국가인 터키에서 K-팝 팬을 공략해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중동 화장품 시장이 2015년 180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20년 360억달러(약 39조원)로 두 배 성장할 것으로 점쳤다. 중동에 대한 한국 화장품 수출액도 크게 늘고 있다. 2008년 대(對) 중동 화장품 수출 규모는 13만5000달러(약 1억원)였지만, 2016년 3582만달러(약 380억)로 8년 새 260배 이상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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