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스타트업, 직원의 마음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 기고] 스타트업, 직원의 마음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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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세현 칼럼니스트(전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글로벌팀장)

영세기업은 스타트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아무래도 복지 면에서 열악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상황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가령 스타트업에서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한다고 가정해보자. 업무 개시시간이 9시라 함은 대략 아침 7시에는 기상해 준비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밤 10시에 끝난다는 것은 집 도착시간은 대략 11시에서 11시 반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평일에만 이렇게 업무 보는 것이 아니다. 주말에도 갑작스러운 상황 등을 고려해 늘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주말 동안 혹시라도 외부에서 뭔가 요청을 해왔을 경우 대표이사가 매니저에게 연락을 취했을 때 연락이 안 닿으면 난리가 날 수도 있다.

메신저를 꺼놓거나 휴대폰을 꺼놓는 것 역시 큰일 날 일이다. 주말에 휴대폰을 꺼놓는 순간,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없는 사람으로 찍힐 수도 있다. 실제 주말에 몇 시간을 일 하든 안 하든 정신적으로 편히 쉴 수가 없이 늘 불안하다. 정신적 피로가 쌓여간다. 원래 스타트업이 이런 거 모르고 들어 온 거냐 열정이 없는 거냐가 돼버리고 어느새 꿈꾸는 자가 아닌 돈만 밝히는 '페이첵플레이어(paycheck player)' 즉 주는 돈이 마음에 안 들면 대충 뛰는 선수 취급을 받기 일쑤다. 이러다 보니 감내하고 일할 수밖에 없고 혹여 찍히면 무조건 쫓겨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사례는 비단 스타트업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고 기업이 크고 작건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다.

실제 있었던 사례를 하나 얘기해보고자 한다. 한 스타트업은 해외지사를 낸다고 하면서 국내에서 일하는 직원을 해외로 거주지를 옮기게 했다. 해당 지역 언어도 되고 경험도 있고 영어도 가능하니 자격은 충분했고 또한 해당 스타트업에서도 약 1년 정도 일해오면서 어느 정도 인정과 신뢰를 받는 상황이었다. 해외지사로 나가기 전에 비싼 유럽 현지 물가를 고려해 월급 인상도 약속받았고 이사비용 및 현지 거주비용 등도 다 구두로 약속받았다. 그러고 나서 몇 개월 후 실제로 해외지사를 세우기 위해 출국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스타트업은 나중에 변제해 줄 테니 자비로 먼저 한국에서 현지로 이사부터 하고 현지에서 거주할 집도 구하고 계약부터 하라는 말을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자비로 해외이사 비용을 내고 현지에서 비싼 임차비용까지 부담하며 거주지까지 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회사는 결과적으로는 이사비용도 환급해주지 않았고 현지 임차비용도 제공 안 했고 월급인상도 해주지 않았다.

이에 자신의 저축한 돈으로 버티다가 결국 지쳐 자신의 스타트업 대표이사에게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지금은 힘드니 나중에 다시 논의하자며 거절만 당했다. 해외지사 설립을 위해 해외로 나간 직원은 결국 막대한 개인 돈만 쓰다가 몇 개월간 버티다가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물론 퇴사를 해도 회사로부터 받은 건 한 푼도 없었다.

이런 경우가 예외이고 극단적인 사례였으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비일비재하다. 정말 돈이 없어서 자신의 직원을 혹사시킨 걸까? 물론 아니었다. 상당한 금액의 투자도 받았고 대표이사나 측근들은 해외사업을 내세우며 여기저기 특별히 하는 거 없이 돌아다니고 현지에서 회식하고 낭비를 하고 있었다.

스타트업계에서는 '영세'하다는 미명하에 직원들을 함부로 부리고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기본적으로 성공을 위한 품질 낮은 임시노동자 정도로 직원들을 보는 곳들도 적지 않다. 물론 직원들도 좀 크면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해버려 스타트업들도 힘들 때도 많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아직 회사가 성장 중이라 싸구려 직원들이라고 보고 조금 더 성장하면 물갈이해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일하는 일부 스타트업대표들을 보면 마음이 답답하다. 최대한 챙겨주고 이끌어줄 사람이 착취할 생각만 하고 있으니 말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유수 기업들이 주는 복지나 혜택을 바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여 자신의 직원들을 비효율적으로 마음껏 부려도 된다는 마음가짐은 옳지 않다. 집중해서 일하면, 그리고 효율적으로 일하면 충분히 한정된 시간만으로도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무조건 밤 11시까지 양으로 채워야만 꿈을 좇는 거 같고 열정인 거 같다고 착각들 하는 사이, 직원들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신체적 과로에 비생산적인 상태로 버티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스타트업에게도 도움이 안 될 것이고 직원들 본인들에게도 좋을 게 없다. 부디 노동착취를 꿈을 좇는 통과의례인 것으로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효율적으로 일하면 어쩌면 과로를 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다.

결국, 애사심이 생겨야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올라가고 생산성도 올라가고 스타트업의 성장도 더욱 가속화되지 않을까를 고민해봤으면 한다. 직원들과 함께하여 미래를 함께 꿈꾸며 나아가는 게 서로에게 좋다는 것이다. 직원들을 소모품으로 보면 직원들도 회사를 더 나은 곳으로 가기 전의 소모품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커 대충 일하다 다른 곳으로 이직들 할 것이다. 부디 서로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을 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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