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최흥식 금감원장 自退? 하나금융의 自充手?
[초점] 최흥식 금감원장 自退? 하나금융의 自充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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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하나금융지주가 자충수(自充手)를 뒀다."

12일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사임에 대한 한 금융권 관계자의 말이다. 금융권은 이번 사태에 대해 가급적 말을 아끼면서도 잘못을 또 다른 잘못으로 덮으려던 하나금융이 되레 궁지에 몰렸다고 입을 모았다. 

최 금감원장이 이날 전격 사임했다.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지 사흘 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 원장이 이날 오후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최 원장은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재직 시절 지인 자녀의 하나은행 채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 지난 10일 최 원장은 "채용과 관련한 연락을 단순히 전달하였을 뿐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인 아들의 이름을 전달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채용비리라고 할 수 있는 '점수조작' 등은 없었다고 부인한 것이다. 이에 발맞춰 금감원도 최 원장의 특혜채용 개입설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해달라고 하나은행에 공식요청했다.

이날 오전만 해도 최 원장은 금감원 신임 감사를 중심으로 특별감사단을 구성하고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사실 규명에 나서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임직원들에게 내부 메일을 보내 "책임질 사안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최 원장은 6개월 간의 역대 최단 임기를 마치게 됐다. 

금융권은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을 처음 제기한 배후를 하나금융으로 보고 있다. 애초에 2013년 당시 상황은 하나금융이나 하나은행 내부자에 의한 증언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셀프연임'으로 금융당국과 마찰을 빚어왔던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3연임을 앞두고 '최흥식 흔들기'에 나섰다는 관측이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최 원장의 손발을 묶어 김 회장의 3연임을 일단 성사시키고자 했던 것 같은데, 최 원장의 사임이라는 초강수로 오히려 부메랑을 맞을 공산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이 사즉생, 즉 자퇴(自退)를 선택했다는 것인데,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관련 최 원장이 '경질(更迭)'된 것인지 '자퇴'한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싯점 등을 감안할 때 경질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이 금감원장을 날려버린 형국이 됐다"며 "핵심은 금감원의 자존심에 큰 상처가 난 만큼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지켜 볼 일"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하나금융은 최대한 말을 아끼며 몸 추스르기에 돌입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최 원장이 지인을 추천한 사실은 있지만 채용과정에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는 기존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최 원장의 사임에 채용비리 의혹이 영향을 미쳤는 지에 대해서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나금융 측은 그러면서도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이 주총이라는 형식만 남겨뒀을 뿐 사실상 확정된 상태에서 굳이 이같은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며 배후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김우찬 신임 감사를 특별검사단으로 임명, 이날부터 공식적인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별검사단은 앞서 금감원이 하나은행 측에 요구한 2013년 채용 절차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로써 하나은행은 채용비리에 대해 금감원과 검찰의 조사를 동시에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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