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금감원의 '금간 곳' 메우려면
[김무종의 세상보기] 금감원의 '금간 곳' 메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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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금이 갔다. 금감원이 하나은행에 대한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조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최흥식 원장이 과거 하나금융 근무 시절, 임원 추천방식으로 채용비리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역공’을 당해 금감원 수장 자리에서 하차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금감원장 중 최단 기간(6개월) 근무의 불명예도 안게 됐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금융위원회 수장 최종구 위원장은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대해 무제한으로 대대적인 특별검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하나금융 내부 아니면 이번 정보를 알기 어렵다며 하나 측의 ‘기획설’을 시사했다.

과거로 돌아가면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과 최흥식 원장은 하나금융에서 함께 근무한 바 있다. 최 원장은 하나금융지주 사장으로 지난 2012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재임했다. 최 전 원장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하나금융연구소장으로 발탁하면서 하나와 인연을 맺었고, 하나금융지주 사장까지 올라간 것이다. 그러나 김정태 회장이 회장직에 오르고 하나금융지주 사장 자리를 없애는 등 기반을 단단히 다지면서 소위 최 원장을 비롯한 ‘김승유 라인’들이 자리를 옮기게 됐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감원은 하나금융의 지배구조에 대해 ‘셀프연임’이라며 경계·지적하는 목소리를 냈고 자연스레 김 회장과 최 전 원장의 관계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최 전 원장은 이에 대해 “내가 그렇게 얄팍해 보이냐”는 말로 일축하기도 했으나 채용비리 이슈를 두고 금감원과 하나금융 간 관계는 더욱 냉각됐다. 검찰은 금감원 조사 자료를 넘겨받아 하나은행에 대한 2차 압수수색까지 진행한 상황이었다.

금감원 수장의 낙마는 금감원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낸 셈이다.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던 서슬퍼런 금융 당국의 위상에 금이 갔다.

둘간의 관계가 어떠하든 중요한 것은 금융 지배구조 개선과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이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가 일감 몰아주기 등 일반 대기업에 비해 뒤쳐지지는 않는다. 다만 지배주주가 없다 보니 주주의 통제가 약하고 CEO·사외이사 선임 등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한 절차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채용비리로 전 행장이 도중 하차했지만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를 선임한바 있어 차기 행장을 무리없이 선임한 사례가 있다.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회장이 임원추천위원회 이사로 참여하고 회장 선출의 중요권한을 가진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을 하는 등의 폐단도 적지 않다.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은 관치 논란을 없애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정부 개입을 없애기 위해서는 지배구조의 공정성·투명성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채용비리는 높은 청년 실업률 등 작금의 상황에서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일이다. 대부분의 금융권은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회생되는 등 국민에게 빚을 지고 있다. 이 점에서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데 일부 한계가 있다. 철저한 채용비리 의혹 조사와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져야 하는 대목이다.

금감원과 하나금융 간의 향후 관계, 그리고 김정태 회장의 입지 등이 관심사일 수 있으나 현 금융 상황은 갈등관계에 치중하고 스토리텔링하는 '드라마 시청'과 같이 여유롭지 만은 않다.

글로벌과 4차산업혁명 환경에 국내 금융기관들이 금융산업으로 더 발전하고 금융혁신을 꾀해야 하는 중대 시점이다. 금감원은 ‘금간 곳’을 메우기 위해 원칙에 입각해 차제에 자신의 역할을 더욱 명확히 해야 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감정섞인 듯한 발언은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공은 하나금융으로 넘어갔다는 말을 굳이 하고 싶지 않다.

금융사 전반의 지배구조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선하고, 채용비리 의혹은 철저히 조사해야 함을 재차 강조한다. 또한 공석인 금감원장 후임 인선도 적임자를 물색해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보다 철저한 인사검증이 선행돼야 함은 말할 필요조차도 없다. 

김무종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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