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컨소시엄 단지…입주자는 득보다 실
쏟아지는 컨소시엄 단지…입주자는 득보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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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이진희 기자)

하자 책임소재 애매…건설사끼리 서로 떠넘겨
단지별 상품성 달라 브랜드 이미지 구축 불리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2개 이상 건설사가 협력하는 '컨소시엄' 아파트가 분양시장에 쏟아지는 가운데, 컨소시엄 단지에 대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사업 리스크 분담이 가능해 많은 건설사가 이를 선호하고 있지만, 수요자에겐 득보단 실이 많은 사업 방식이라는 주장이 만만치 않다.

시공사가 여럿인 만큼 준공 후 하자 보수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고, 시공사에 따라 단지별로 상품성이 차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건설사들이 공급한 컨소시엄 아파트는 3만318가구에 달한다. 특히 하반기에만 2만4999가구가 분양되면서 컨소시엄 아파트가 분양시장을 주도했다.

컨소시엄은 2개 이상의 건설사가 하나의 사업지를 맡아 시공하는 형태로, 주로 대단위로 조성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활발히 이뤄진다.

올해도 주요 입지에서 굵직한 컨소시엄 단지의 분양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이날(16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현대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8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의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나섰다.

같은 날 SK건설은 롯데건설과 손잡고 과천주공2단지를 재건축해 짓는 '과천 위버필드'를 선보였으며, 현대건설·태영건설·한림건설은 이달 내로 세종시 해밀리 '세종 마스터힐스' 분양일정에 돌입한다.

건설사들이 컨소시엄 아파트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것은 경쟁사와의 협력으로 사업 위험성을 분산시키겠다는 판단에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의 경우 협업을 선택하면 경쟁을 위해 입찰 단가를 떨어뜨릴 필요가 없는 데다 분양과정에서 미분양이 발생했을 때도 위험 부담을 나눌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을 나눠야 하지만 국내 사업장 먹거리가 줄어드는 최근, 업계에선 '고수익'보다는 '안전성'이 더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컨소시엄 사업은 건설사 입장에서 사업 리스크 분담이 가능하고, 대규모 공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수요자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점에 힘입어 입주 후에도 지역의 랜드마크로 자리할 가능성이 커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청약접수를 받은 현대건설·대림산업의 '고덕 아르테온'은 평균 10.5대 1, 최고 110대 1의 경쟁률로 전 평형이 마감됐고, 같은 기간 공급된 대림산업·롯데건설의 '녹번역 e편한세상 캐슬' 역시 평균 9.8대 1, 최고 25.8대 1로 모든 주택형이 1순위 당해 지역에서 마감됐다.

이처럼 컨소시엄 단지는 건설사와 수요자 모두에게 '효자 노릇'을 하지만, 문제는 '준공 후'부터다. 

단일 시공 사업장의 경우 향후 하자가 발생했을 때 하자 보수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만, 2개 이상 건설사가 함께 지은 컨소시엄은 불분명하다. 같은 사업을 진행한 만큼 건설사끼리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입주가 시작된 후 하자가 발견됐을 때 당초 약속한 기간에 대해서는 하자 보수를 책임지지만, 그 이후부터는 하자 보수가 의무가 아니어서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고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게다가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시공할 때 동별 또는 구획별로 나눠 짓게 되는데, 이때 입주자들이 자신이 들어갈 아파트가 어느 시공사가 지은 것인지에 따라 불만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예컨대 A·B시공사가 6개동을 구분지어 각각 3개동씩 시공한다고 가정했을 때, A시공사를 선호하는 수요자가 B시공사가 지은 동으로 입주를 하게 되면 향후 문제가 발생할 공산이 크다.

단지 안에 들어가는 자재는 건설사들끼리 당초 정한 시방서(공사에 필요한 자재와 품질, 시공방법 등을 명확하게 기록한 설명서)대로 이행하기 때문에 아파트 품질 자체가 다르다고는 보기 어려우나, 기술력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단지명도 수요자들이 아파트 청약 시 고민하는 부분이다. 단지명은 아파트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컨소시엄 아파트는 두 개의 브랜드 네임이 합쳐지기 때문에 길이가 길뿐더러 명확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컨소시엄 아파트가 수요자보다는 건설사의 입장에서만 좋은 수단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마다 브랜드 이미지가 명확한데, 브랜드가 결합되면 그 아파트 만의 특색이 사라질 수 있다"면서 "특히 각 건설사가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가 달라, 동이나 구획별로 아파트 기술력이 차이날 수 있어 수요자보다 건설사의 이점이 큰 수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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