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홍승희 기자] 한국의 금융시장이 상당히 성숙했다. 예상된 일이라고는 하나 미국 연방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서 한미간 금리 역전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금융시장은 당일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의 대응도 차분하다. 향후 나타날 수 있는 시장 변동 상황에 경계는 하되 국내 상황을 고려하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10년 만에 나타난 한미간 금리 역전이지만 시장이 안정을 보이고 당국 또한 저울질을 계속하며 지켜볼 여유를 보이는 현상은 바람직하다.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한국 사회 전반의 성숙도와 닮았다.

물론 앞으로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을 피해가기만 하긴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올해 안에 2~3차례 더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이 지금의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까.

시장은 대강 5월쯤이면 한국은행 역시 금리인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에 지금 차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5월 금리 인상 여부를 궁금해 하는 언론에 대고 “앞으로 국내 금리 인상 시기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다”고 우회적 표현을 하긴 했지만 지금의 금리가 지속된다면 당연히 시장은 동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한국은행이 안고 있는 고민들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느냐다. 금리 역전을 넘어 그 격차가 더 벌어져간다면 여러 위험요소들이 커지겠지만 그렇다고 미국 금리 인상을 무작정 따라가기에도 국내 상황이 녹록치 않으니까.

현재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최대 문제는 1천45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와 내수부진을 탈피하기 어렵게 만드는 소비여력 소진 상황이다. 가구당 부채 평균이 봉급생활자 연봉을 웃도는 수준이어서 정책결정을 하는 입장에서는 칼날 위를 걷듯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 GM이 앞장서 터트렸지만 그로 인해 조선 자동차 등 굵직한 산업부문에서 구조조정의 바람은 더 거셀 것이 명확해졌다. 실업률의 가파른 상승이 나타날 우려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너무 낮아진 물가상승률 또한 금리인상이 더해지면 한국경제를 심각한 상황으로 몰아넣을 위험요소다. 막대한 부채와 높은 실업률로 인해 고작해야 제자리 걸음인 가계소득은 소비여력을 갉아먹고 있는데다 미래를 낙관할 분위기가 아니다보니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도 지갑을 쉽게 열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미국이 철강 관세에서 한국에 한발 양보할 듯 말하고는 있으나 결국 한`미 FTA 개정을 압박하기 위한 당근 정도인 듯하고 기본적으로는 통상압박이 다방면에서 가해질 것으로 보여 수출시장 또한 상당한 장애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시장도 사드 배치결정 이후 계속 호전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정치적으로는 비교적 관계가 개선되어가는 듯 보이나 시진핑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한 지난 양회 이전에도 그랬듯 이후에도 중국내 정치투쟁이 쉽사리 진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도 몰락한 것으로 알려진 강택민 세력이 전인대에서 여전히 30% 이상의 지분을 갖고 저항했던 것으로 알려져 시진핑이 꽤 힘든 싸움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앞으로도 그동안 차기 후계자로 부상했던 인물들과의 관계설정 등이 결코 만만치는 않을 것으로 보여 대외적으로는 좀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며 내부 투쟁에 골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이지 않는 대외적 장벽 또한 당분간 거두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국민들의 대규모 해외여행에 이런저런 제약을 걸어놓고 쉽사리 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한국 관광산업의 타격은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라도 우리의 빗장은 계속 풀어야 하는데 상품교역이든 서비스 교역이든 상황은 첩첩산중이라 정부도 한은도 금리 문제가 더더욱 고민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도 이런 상황에서 자칫하면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까 염려된다. 가계소득을 늘리는 것이 이 모든 난관을 뚫고 나갈 드릴이 될 텐데 과연 일자리 확대가 뜻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안타까움을 넘어 걱정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