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채용비리로 6개월 만에 낙마하자 정부가 부랴부랴 지목한 김기식 후임 금감원장이 정치·금융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아니나다를까 또 인사 참사다. 이번엔 외유성 출장이 문제가 됐다.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세 차례다. '재벌 저격수' '금융권 저승사자'로 불렸던 김 원장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표적이 되기까지 채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하일라이트는 2014년 정책금융공사 감사에서 "기업의 돈으로 출장가서 자고, 밥먹고, 체재비 지원 받는 게 정당하냐"며 매섭게 몰아붙였던 김 원장의 말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김 원장은 "국민 눈높이에서 지적받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죄송하다"며 거듭 사과했지만, 앞에서는 대기업의 횡포와 가진 자의 특권을 강도높게 비판했던 김 원장이 뒤로는 남의 돈으로 출장을 다녀왔다는 데 충격 여파가 쉽게 가시지 않는 분위기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인턴까지 외유성 출장에 동행한 점을 들어 '뇌물여행', '갑질외유' 등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이날(10일)에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김 원장을 연이어 검찰에 고발하고 나섰다.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는 가운데 제2·3의 폭로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야당의 사퇴요구가 거세지자 청와대가 "조국 민정수석이 김 원장을 둘러싼 의혹 내용을 확인할 결과 적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해임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며 이례적으로 김 원장을 두둔했다. 그러자 한쪽에서는 김 원장이 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더미래연구소에서 조 수석이 이사와 강사로 활동한 내용을 예로 들며 '한 솥밥'을 먹은 두 사람 사이에 제대로된 검증이 이뤄졌을 리 없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벌써부터 김 원장에 관한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결코 쉽게 덮어질 문제가 아닌 것이다.

참여연대 재직 시절부터 명성을 쌓아온 김 원장으로서는 참담하고 불명예스럽겠으나 그나마 남은 명예를 지키려면 여기서 멈추는 게 더 나을 지경이다. 여당의 정치공세는 차치하고서라도 비난 여론이 생각보다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 고금리 대출해소 방안 마련, 신한금융 채용비리 의혹 검사 등은 국민들의 눈을 돌리려는 얕은 수로 오히려 오해받기 십상이다. 

사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금융경력이 거의 전무한 인사를 금감원 수장으로 밀어 붙이고 있는 청와대의 오판이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김 원장의 경력은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나마 내밀 수 있는 금융 경력은 제19대 국회 정무위 간사를 맡았다는 정도다. 도덕성 이전에 전문성도 없는 인사를 4500개 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감원장으로 앉혀 놨다는 얘기다. 이쯤되면 정부 초기 돌았던 '금융홀대론'이 꼭 틀린 얘기도 아닌 듯 싶다. 

1999년 금감원 출범이래 초대 이헌재 전 부총리부터 9대 진웅섭 전 원장까지 모두 경제관료가 수장을 맡았던 이유는 자명하다. 문재인 정부가 금융을 우습게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인선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 전 원장은 떨어뜨리고 김 원장은 감싸는 이유가 뭔가. 인사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장하성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그 뒤에 있음은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이런 식이라면 문재인 정부가 높은 지지율로 행여 판단 오류를 보이는 것은 아닌지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