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의 표명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사의 표명은 이달 2일에 취임한 지 15일 만이자 전임 최흥식 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연루돼 사의를 표명한 지 한 달여만이다. 

16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본인은 선관위 결정을 존중해 즉각 임명권자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2013년 KEB하나은행 채용비리' 논란으로 불명예 퇴진한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지난달 30일 금감원장에 깜짝 내정됐다. 

이어 이달 2일 제12대 금감원장에 공식 취임하고 임원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하는 것으로 금감원장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취임식에서 "바닥에 떨어진 감독당국의 권위와 위상을 재정립하겠다"고 천명했다.

이같은 김 원장의 의지와는 달리 정치권을 포함한 금융권 안팎의 상황은 달랐다. 금감원장 내정 사실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매일같이 새로운 의혹이 쏟아지더니, 취임식 날에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사퇴 요구가 빗발쳤다.

김 원장이 19대 국회의원 시절에 △국회의원이 임기 말에 후원금으로 기부하거나 보좌직원들에게 퇴직금을 주는 행위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가는 행위 △보좌직원 또는 인턴과 함께 해외출장을 가는 행위 △해외출장 등 관광 등을 하는 행위가 문제가 된 것이다.

이같은 '외유성 해외출장' 의혹에 김 원장은 지난 8일 첫 입장자료를 배포하고 로비성 해외출장 의혹을 부인했다. 청와대도 이때까진 임명 철회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김 원장의 해명에도 논란은 일파만파 커져갔다. 야당이 미국과 유럽 시찰에 동행했던 비서가 인턴이었고, 출장 후 고속 승진을 했다고 추가 폭로한 것이다. 이에 야당과 시민단체는 10일 김기식 원장을 뇌물죄 및 직권 남용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원장은 정치권의 사퇴 공세에도 여러차례 해명자료를 내며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위법 사항이 있다면 사퇴시키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 원장을 둘러싼 해외 출장 및 국회의원 임기말 후원금 사용 관련 의혹들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적법성 여부를 판단받겠다고 했다.

언론과 정치권의 계속되는 압박에도 김 원장은 금감원장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했다. 지난 10일에는 '삼성증권 배당오류 사태'와 관련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 원장과 국내 증권사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지난 13일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투협 대회의실에서 '자산운용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열어 금투협회장을 비롯해 자산운용사 대표 15명에게 펀드의 수익률 제고를 당부했고, 이날(16일)은 저축은행중앙회에서 10대 저축은행 대표들과 만나 고금리 대출 해소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이제 김 원장은 금감원장 직에서 물러나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검찰은 지난 13일 19대 국회의원 시절 김 원장의 해외 출장비를 지원한 한국거래소와 우리은행 본점, 대외경제연구원, 더미래연구소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

검찰은 김 원장이 다녀온 출장의 정확한 성격을 파악하고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김 원장과 피감기관 사이의 대가관계, 직무 관련성 등을 따져보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차기 원장이 임명될 때까지 유광열 수석부원장이 직무 대행을 맡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