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서대문 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황 회장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밝히고 조사실로 향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의원 90여 명에 4억3000여 만원 불법 후원 혐의

[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한 KT 임원들의 불법 정치후원에 관여한 혐의로 17일 경찰에 출석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황 회장을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으로 불러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다.

KT 현직 최고경영자(CEO)가 경찰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사례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처음이다.

경찰은 KT 전·현직 임원들이 2014∼2017년 국회의원 90여 명의 후원회에 KT 법인자금으로 4억3000여 만원을 불법 후원한 혐의와 관련, 황 회장이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는 등 관여한 사실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KT의 홍보·대관 담당 임원들이 자회사를 거쳐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이를 현금화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방식으로 정치자금을 낸 정황을 포착해 KT 본사와 자회사 등을 압수수색한 뒤 관련자들을 차례로 조사해 왔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고,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현재 경찰은 KT 측이 자금 출처를 감추고자 여러 임원 명의로 후원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경찰은 그간 KT 임직원들을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황 회장이 이같은 후원 행위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KT가 주요 주주인 인터넷 전문은행 케이뱅크 관련 입법 사안을 다룬 정무위원회, 통신 관련 예산·입법 등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통신정보통신위원회) 위원 등에게 기부금이 전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황 회장을 상대로 어느 수준까지 관여했는지 후원금을 낸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황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8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 청사에 도착해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밝히고 조사실로 향했다.

한편 시민·노동단체들로 구성된 KT민주화연대는 이날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황 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외에도 최순실 국정농단 부역자로 낙인됐고, KT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과 부당노동행위로 검찰과 고용노동부에 여러 건이 고발된 인물"이라며 "황 회장을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