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에이치 자이 개포' 견본주택에 마련된 청약 부적격 여부 검사계획에 대한 알림표. (사진=이진희 기자)

청약통장 필요없어 '투기수단' 전락…'현금 줄세우기'도 등장
강남 등 로또 단지 미계약 추첨…물량 안 나올 가능성도 제기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특별공급 제도에 이어 미계약분 추첨마저 현금부자들의 먹잇감으로 통하고 있다. 미계약분은 청약통장이 필요없는데다 운만 좋으면 다주택자도 분양받을 수 있어 미계약분만 노리는 현금부자들이 따로 있을 정도다.

특히 이들은 이르면 이달 말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 미계약분 추첨에 집중하고 있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 미계약분이 나올까요? 혹시 몰라서 현금으로 1억원 정도 마련해뒀는데, 미계약분 발표는 언제인가요?"

최근 부동산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문의글이다. 이들 사이트엔 비슷한 내용의 미계약분에 대해 문의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1순위 청약에서 탈락한 사람들이 미계약 당첨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미계약분 추첨은 특별공급, 1·2순위 청약에서 분양되지 않은 물량의 주인을 가리는 마지막 절차다. 예비당첨자에게 우선 기회가 주어진 후, 남은 물량은 나머지 사람에게 추첨식으로 배정된다.

아무런 자격을 보지 않고 오로지 '운'으로만 판가름나기 때문에 수요자들 사이에선 '진정한 로또'라고 불리기도 한다.

시장 관계자들은 미계약분 추첨이 현금부자 또는 다주택자의 경쟁으로 좁혀진 지 오래라고 분석한다. 추첨에선 계약금을 그 현장에서 바로 납부해야 해, 당장 현금이 가능한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어서다.

실제 각 단지 추첨장에는 '현금 줄세우기'가 동원되는 모습을 적잖이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단지가 지난해 10월 분양됐던 삼성물산의 '래미안 DMC 루센티아'다. 이 아파트는 25.1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1순위 당해지역에서 청약을 마감했으나, 부적격 당첨자 등으로 인해 25가구가 미계약 물량으로 나왔었다.

미계약물량 추첨에는 1500명이 몰리면서 일반공급 평균 경쟁률보다 높은 60대 1의 경쟁률을 기록, 미계약분 추첨 당시 1차 계약금 1000만원을 현찰로 지참하라는 회사 측의 조건에도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지난해 9월 분양된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 미계약 물량 추첨현장에선 계약금으로 현찰 또는 5000만원짜리 수표를 지참토록 하는 조건에도 36가구 추첨에 1200여명의 수요자가 몰리기도 했다.

추첨일로부터 이틀 전에 5000만원을 준비하라는 공지가 떴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한 수요자들이 미계약분 추첨에 나섰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 지난해 10월 분양된 '래미안 DMC 루센티아' 견본주택을 방문한 사람들이 상담을 받고 있는 모습. (사진=이진희 기자)

더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9억원이 넘는 분양주택에 대한 분양보증을 불허하고, 금융감독원에서 1금융권은 물론 2금융권까지 중도금 대출을 막아놓은 탓에 경쟁자가 더욱 좁혀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청약요건과 대출규제를 강화한 후 미계약분 경쟁에 투기꾼이 더욱 몰리게 됐다"며 "실수요자들이 혜택을 보기는커녕 다주택자와 현금부자들의 전유물로 전락하는 낌새도 보인다"고 전했다.

현재 주 수요층인 현금부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디에이치 자이 개포'와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에서 나올 미계약 물량이다. 세 단지 모두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저렴해, 투자 목적으로 메리트가 크다는 평을 받았다.

당산 센트럴 아이파크는 오는 19일 정당계약이 끝나며, 마포 프레스티지 자이는 26일 정당계약을 마친다. 계약 후 예비당첨자 계약과 미분양분 추첨이 이뤄질 예정이다.

열기가 가장 뜨거웠던 디에이치 자이 개포는 지난 11일 정당계약이 일찌감치 끝났다. 다만 정확한 미계약 물량은 아직 알 수 없다. 국토교통부에서 실시 중인 특별공급 기관추천 물량 및 일반분양 당첨자에 대한 부적격자 가리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계약분이 나올지 여부도 미지수다. 당초 워낙 높은 자금마련 부담때문에 계약을 중도포기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분양 관계자에 따르면 정당계약에서 90% 이상 높은 계약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분양물량 1690가구 중 최소 1521가구의 계약이 끝난 셈이다. 여기에 80%까지 높아진 예비당첨자의 비율을 감안하면 미계약분 추첨까지 돌아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

디에이치 자이 개포 분양관계자는 "정확한 미계약 물량과 일정은 국토부의 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정당계약이 90%이상 완료돼 미계약분이 없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