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태희 기자] 롯데 온라인몰 통합?…'형식보다 혁신' 바란다
롯데그룹이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TV홈쇼핑, 면세점, 가전양판점,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 온라인 종합 쇼핑몰 등 8개 온라인 채널 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총대는 롯데쇼핑이 맸다.
핵심은 각 채널을 이용하는 회원 3800만명을 통합 관리하는 것이다. 예컨대 롯데인터넷면세점 회원 A씨가 출국일정을 입력하고 해외여행을 준비한다면, 인공지능(AI) 시스템이 롯데백화점에서 바캉스 패션을, 롯데마트에선 여행 필수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롯데쇼핑은 이를 두고 '혁신'이라고 표현했다. 제각각 매출이 잡히는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하고 연구개발(R&D)까지 함께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듯싶다. 혁신이라 불러도 좋을 법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롯데 입장이다. 소비자는 보다 더 많은 '롯데표' 상품을 소개받을 뿐이다.
온라인쇼핑은 '신뢰'가 기본이다. 고객이 신뢰 하지 않는다면, '스팸'으로 치부될 수 있다.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그룹은 왜 10년 넘게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외면 받았는지 깨달아야 한다.
소셜커머스의 '온라인 최저가'는 오랜 시간 소비자들이 손품을 팔아 증명됐다. 이제 시장에서 믿음으로 정착된 상태다. 같은 상품, 혹은 비슷한 기능의 물건을 굳이 비싼 가격에 살 이유는 없다. 롯데가 5년 후 국내 온라인쇼핑 시장 1위에 오르려면 소셜커머스와 가격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한 문제는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할 수 있는데, 복수의 오프라인 채널과 빚어질 수 있는 '가격 괴리감'일 것이다.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만들 수밖에 없는 '온라인특가' 이벤트는 통합 온라인 쇼핑몰의 '정가'와 '할인율'에 대한 고객 신뢰도를 하락시킬 수 있다.
'직관성'도 문제다. 정보의 홍수 시대 상품을 비교·검색하는 일은 소비자에게 '피로'하다. 네이버와 에누리가 온라인쇼핑 시장에서 고객 유입률을 결정짓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채널을 합친 온라인 쇼핑몰은 그저 기존 채널을 복사, 붙여넣기 해놓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온라인쇼핑 시장에서는 규모가 크다고 무조건 상대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온라인 유통업계는 혜택 경쟁에 돌입했다. 아마존의 프리미엄 서비스는 국제적으로도 통용되며 거대한 팬덤을 형성시켰다. 국내에서는 G마켓과 티몬이 각각 '스마일클럽'과 '슈퍼세이브'라는 프리미엄 회원제를 내놓았다. 이들은 온라인 시장 내에서도 다른 채널에게 고객을 뺏기지 않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국내 온라인 유통 시장은 포화상태다. 시대적 흐름에 떠밀린 온라인 유통 채널 통합은 형식적일 수 있다. 롯데가 선도적 기업이 되려면 기존 업체보다 앞선는 혁신을 고민해야 한다.
롯데는 해당 사업에 5년 동안 3조원을 쓰겠다고 선언했다. 그 중 고객 확보 및 마케팅에 1조5000억원을 쓴다는 것은 기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압도적으로 눌러버리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는 "시대흐름에 따라 소비자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무엇을 요구하는지 연구하는 것이 유통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되묻고 싶다. 모바일 앱을 설치할 때 '푸시(쇼핑정보) 알림을 허용하시겠습니까?'라는 물음에 왜 대다수의 사람들이 '거부'를 누르는지. 이 시대 소비자들은 유튜브에서 자신이 원하는 스트리머의 구독을 누르고, 파워블로거와 이웃을 맺고, 인스타그램에서 셀럽들을 팔로우 하는데,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쇼핑 정보에 만큼은 인심이 야박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