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경영 퇴진을 촉구하며 '대한항공 직원연대'의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직원연대와 국회·검찰·공정위 등 외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조직력을 강화하고 사측에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직원연대는 25일 오후 7시 30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조씨일가 퇴진 촉구 및 갑질 근절 4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참석 인원은 일반 시민들을 포함해 경찰 추산 3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날도 직원들은 저항을 상징하는 '가이 포크스'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검은색 천을 이용해 가면을 쓴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머리 부분을 빈틈없이 가린 참가자도 있었고,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모자를 푹 눌러쓰기도 했다. 사측의 불법 채증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일반 시민 참가자들도 직원연대에서 배포한 'Fly Together(함께해요)' 스티커를 붙이고 집회에 동참했다. 보신각 광장 뒤쪽에는 직원들과 함께 자리를 잡고 앉은 시민들이 눈에 띄게 보였다.
이날 집회에는 '관리자'로 알려진 대한항공 비리 폭로 채팅방 최초 창설자가 전화를 통해 직원연대 공식 창립 등 향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관리자는 "총수 일가가 생각도 하지 못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대한항공 직원연대의 공식 출범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에서 변화를 이끌어낼 충분한 힘을 취한 후 외부와 융합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직원연대와 국회, 검찰, 공정위 등과 연대하는 통합체를 만드는게 목표"라고 전했다. 비행업무로 이날 집회에 참가하지 못한 박창진 사무장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전화 연결을 통해 직원연대 창립선언문을 낭독했다.
이 외에 남양유업 대리점 갑질 피해자와 박 사무장의 변호사인 김영관 변호사도 직원들에게 힘을 북돋아줬다. 김 변호사는 "국제노동기구도 항공운송업 중 관제업무 정도만 필수공익업무로 지정한다"면서 "항공사 집회 자유를 제한하는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해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직원들과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9시부터 보신각을 출발해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한진칼 빌딩까지 가두 행진을 벌였다. 참가자들은 빌딩 앞에서 "돈으로 큰 소리는 치겠지만 우리의 의지는 좌우할 수 없다"를 외치고, '총수일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편지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린 뒤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