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중국상장기업의 상장폐지에 이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이 발행한 회사채의 원금 불이행(디폴트) 사태가 발생하면서 중국기업들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중국기업 완리가 국내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 중 10번째로 상장폐지가 되면서,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높아진 가운데 이번 사태가 차이나포비아를 채권까지 확대시켰다고 지적했다.
2011년 국내증시에 상장한 완리는 2016년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아 지난해 거래가 정지된데 이어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도 '의견거절'을 받으며 지난달 상장폐지됐다. 완리가 폐지되면서 국내 증시에는 13개사의 중국기업이 남았다. 중국 기업의 상장폐지로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자 투자자들은 중국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CERCG의 디폴트 사태가 발생했다. 앞서 CERCG 자회사는 CERCG가 보증한 3억5000만달러 규모의 채권을 갚지 못해 부도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CERCG의또 다른 자회사가 국내에서 발행한 1646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역시 디폴트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ABCP에는 한화투자증권의 주관에 현대차·BNK·KB·신영·유안타증권 등이 총 1150억원을 투자한 상황이다.
해당 ABCP의 만기일이 11월로 여유가 있고, 사태의 해결을 위해 한화투자증권, 현대차증권 등이 지난 4일 중국 CERCG 본사를 방문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저하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지방정부금융회사(LGFV), 하위등급의 부동산 채권, 하이일드 산업군의 채권의 건전성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증시 시장의 투자심리 저하는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시장에서 중국기업의 채권 및 관련 유동화 증권, 넓게는 단기시장에서의 기업어음(CP) 투자심리는 빠르게 냉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ABCP 보유액이 500억원으로 가장 큰 현대차투자증권의 경우 이번 이슈 관련 평판부담 및 투자의사 결정과정의 리스크 관리능력 등 관련 리스크가 중기적으로 확대된다면 증권사의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이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며 "해당 채권을 인수한 국내 증권사의 2분기 손실인식은 불가피하지만, 타 증권사의 경우 수익성 부담은 있겠지만 부실화 영향은 제한적인 수준 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15년 이후 상장한 중국기업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차이나디스카운트로 주식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우량기업 위주로 중국기업의 상장을 조심스럽게 준비하고 있지만, 시장 분위기가 계속 좋지 않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국내 상장되어 있는 중국기업이 발행한 채권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국내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며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겠지만, 중국기업들의 신뢰성에 대한 부분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