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수준 낮아···"규제 강도 높여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 경기도 시흥 장현택지개발지구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 이 일대에선 공사가 시작된 후 불만을 터뜨리는 주민들이 부쩍 많아졌다.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 때문이다. 방진막 없이 소음 속에 피어오르는 먼지로 인해 창문조차 열기 힘들다는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미세먼지의 숨은 주범으로 불리는 '비산먼지' 주의보가 내려졌다. 방진막을 설치하지 않거나 먼지 억제를 위해 물을 뿌리지 않는 건설공사 현장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으나, 규정 위반 시 내려지는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7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비산먼지, 불법소각 등 미세먼지 발생 현장 특별점검 결과, 총 4만6347건이 적발됐다.
이 중 비산먼지 발생 사업장의 적발률은 지난해 하반기 7.5%에서 올해 상반기 11.1%로 증가했다. 건설공사장에선 1만918곳 중 1211건의 위반행위가 적발됐는데, △수도권 387건 △영남권 215건 △충청권 120건 △호남권 93건 △강원권 37건 등 도시개발사업이 많이 시행되는 지역순이다.
비산먼지 사업장의 위반 사항은 방진망, 살수시설 등 억제 시설 조치 미흡이 492건(40.6%)으로 가장 많았다. 먼지 발생 사업장 신고 미이행과 억제 시설 조치 미이행은 각각 357건(29.5%), 294건(24.3%)으로 나타났다.
날림먼지라고도 불리는 비산먼지는 건설현장 등으로 인해 대기 중으로 직접 배출되는 먼지를 뜻한다. 주로 건설업이나 시멘트·석탄·토사 등에서 발생한다.
때문에 비산먼지가 발생하는 사업장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억제시설 및 필요조치를 선행한 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적지 않은 곳에서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이를 지키지 않는 모습이다. 철거현장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철거 작업에 들어가는 모든 현장은 비산먼지 방지 계획을 제출해야 하지만, 철거 시 방진벽이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핑계로 억제시설 없이 공사를 속행하는 경우가 많다.
관련 민원이 급증하자 최근엔 지자체도 '비산먼지 줄이기'에 발벗고 나섰다. 서울시는 3월부터 1만㎡ 이상 대형사업장 491개소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점검·단속을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발주한 건설 공사 현장 주변 가설판넬을 녹화하는 동시에 약 98%의 저감효과가 있는 분진흡입청소차를 사업지구 전반에 확대 도입키로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교통분야에서 대기오염물질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사장 비산먼지 발생을 줄여나가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번 단속과 별도로 시민, 자치구와 특별단속반을 구성해 대대적인 점검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곳곳에선 위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처벌 수준이 낮은 상황이어서 뚜렷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비산먼지 규정 위반사업장에 내려지는 벌금은 최고 300만원에 불과하다. 먼지 발생사업 미신고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 먼지 발생사업 변경신고 미이행 시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먼지를 억제하기 위한 시설이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경우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먼지 발생시설 등에 대한 사용제한 명령을 위반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이마저도 미미한 수준이다.
이렇다보니 굳이 규정을 지키려 하지 않는 업체들이 많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시설을 설치하는데 돈을 쓰느니 벌금 내는 게 낫다'는 배짱이 나오는 까닭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선 처벌 수위를 보다 높이는 것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비산방지대책에서의 용어가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한다"며 "비산먼지 발생 억제 시설을 설치하지 않거나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도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아니라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의 벌금 정도로 상향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