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이 지난 1일부터 빚어진 '기내식 대란'에 책임을 지지 않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등 경영진 사퇴와 기내식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아시아나항공 직원 300여명은 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노밀(No Meal) 사태 책임 경영진 규탄 문화제'를 열고 "말로만 정상화냐 직원들은 골병든다", "예견된 참사를 경영진만 몰랐더냐", "직원들이 욕받이냐 더 이상은 못 참겠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유니폼을 입거나 최근 기내식 협력업체 대표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색 옷을 입고 현장에 나왔다.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가이 포크스'와 '하회탈' 등 가면이나 마스크, 선글라스를 착용해 얼굴을 가렸다.
이기준 아시아나항공 객실승무원 노조 위원장은 자유 발언을 통해 "어느 한 사람의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이 같은 기내식 대란을 맞게 됐지만 승무원과 탑승수속 직원들은 승객들의 욕설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뒤돌아서 울었다"면서 "해당 책임자가 사퇴 의사를 밝힐 때까지 집회는 계속될 뿐만 아니라 이제는 그들이 우리를 두려워해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위원장 출신인 권수정 서울시의원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노조위원장을 할 당시 아시아나가 경영 위기를 맞았고 박 회장이 잠깐 자리에서 물어났지만 결국 다시 회장 자리에 앉았다"면서 "우리가 힘을 합쳐 그 때 박 회장을 몰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업무 강도는 높아져만 갔고, 취업규칙조차 변경됐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을 잘못한 사람들 때문에 왜 우리가 최전방에서 방패막이로 살아가야 하냐"면서 "잘못된 경영진을 끌어내리고, 잘못된 계약은 파기시키는 등 우리 일터는 우리가 바꿔나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 10여명도 참여해 힘을 보탰다. 자유 발언에 나선 대한항공 직원은 "우리는 항공사 연대라는 또 다른 세상을 열고 있다"면서 "부도덕하고 비윤리적인 이들을 몰아내기 위해 항공사 노동자들이 손을 잡고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자유발언을 마친 직원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내식 협력사 대표를 추모하는 의미로 국화꽃을 헌화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시아나항공의 한 객실승무원은 "승객들이 TVC(현금성 쿠폰)로 기내 면세품을 구입 할 때 승무원들이 무리한 판매를 하도록 종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서 "승객 안전을 우선 순위로 여겨야 하는데 기본적인 안전 관리조차 제대로 안 될 정도로 회사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기내 면세품 구입 시 사용가능한 TVC 때문에 승무원들이 이착륙 상황에서도 면세품을 판매해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익명 채팅방에서는 직원들의 고발이 쏟아지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그런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라는 입장이다.
또 정비 부문에서 종사 중인 한 직원은 "박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벌였던 각종 무리한 행위들이 몇 년 전 채권단 관리 상황으로 이어졌고, LSG와의 계약 종료로 인한 이번 기내식 사태 또한 경영자의 무능과 욕심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이 본질"이라면서 "게이트고메코리아(GGK)와 기내식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국 하이난그룹으로부터 1600억원을 투자받았다고 하는데 실제 500~600억원 정도 더 제공받았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 입장에서는 자재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자발적으로 관두는 동료들을 보면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 같은 부분이 아닐까하고 추측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