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올 하반기 금리인상 시사 발언, '서프라이즈'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되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27일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2원 오른 1123.5원에 출발해 1.2원 내린 1118.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1116.0원) 이후 13거래일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환율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에 장 초반 1124.8원까지 올랐다. 위험자산회피(리스크오프) 분위기가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오전부터 중국 위안화 가치가 소폭 오르면서 원화가 덩달아 상승하자 원·달러 환율도 상승폭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총재가 슬쩍 '매파(통화긴축 선호)' 본색을 드러내자 환율은 1115.4원까지 레벨을 낮추기도 했다. 이는 지난 10일(1109.9원) 이후 최저치다. 이 총재는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적절한 통화정책 대응과 관련된 견해를 묻자 "경제 성장세가 잠재수준 성장률 수준대로 가고 물가도 타겟으로 하는 수준(2%)에 수렴한다는 전제가 된다면 금리수준이 완화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앞서 발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내용이 하반기 금리를 한 번 더 올린다는 의미인지를 묻는 말에 이 총재는 "성장과 물가가 전제를 충족하면 금리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도 답했다. 이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을 시장이 사실상 금리인상 시그널로 해석하며 미 달러화 하락에 힘을 보탠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 소비자물가지수를 1.6%로 전망한 바 있다. 물가와 경제 성장경로가 목표한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꾸준히 강조하는 한은의 기조를 고려하면 사실상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 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다.
4년래 최고치인 4~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 2분기 GDP 발표가 27일(현지시각) 예정돼 있다는 점도 역설적으로 달러 약세를 부추겼다. 하준우 DGB대구은행 과장은 "수출업체들이 미리 롱포지션(달러매수) 정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의 GDP 증가율은 지난해 2.3%를, 올 1분기에는 2.0%를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올 2분기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경제 매체 마켓워치는 경제학자들이 2분기 미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을 4.3%(연간으로 환산)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바클레이 은행의 경우 5.2% 성장을 전망하기도 했다.
환율 하락 반동으로 유가증권시장에는 훈풍이 불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93p(0.26%) 상승한 2294.99에 마감했다. 2거래일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외국인이 1634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상승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