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금융] 금리인상 군불 때는 韓銀…언제 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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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의사록 '매파' 색채 강화…8월 또는 10월 '팽팽'
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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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은 전반적으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색채가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인의 현자(賢者)(금통위원)' 가운데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6명의 위원 중 3명이 사실상 긴축 시그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됐기 때문이다. 잠재 수준의 경제성장세가 이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한은의 꾸준한 분석이 금리 상향을 위한 여건이 무르익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결론마저 나온다.

◇금리인상 방아쇠 당기는 한은 =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관리물가 현황 및 거시 경제적 파급 효과' 보고서에서 관리물가를 제외한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 2분기 2.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1분기 1.3%, 2분기 1.5%)보다 높은 수치다. 관리물가를 뺀 물가는 사실상 한은의 목표 물가인 2% 수준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관리물가는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들을 대상으로 편성한 가격지수다. 지난 2006년부터 2018년 6월까지 관리물가의 평균 상승률이 1.2%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관리물가의 상승률이 전체 물가상승률을 제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은은 "관리물가는 물가 전반의 안정적 흐름에 기여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의도치 않은 물가하방압력으로 작용해 기조적 물가흐름의 판단에 교란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통화정책의 핵심 목표는 물가 안정이다. 그러나 그간 낮은 물가상승률은 한은의 금리인상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경기회복에도 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한은이 긴축으로 방향을 틀 근거가 빈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를 통해 낮은 물가상승률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면서 추가 금리인상을 위한 여건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은이 공개한 '제13차 금통위 의사록(7월12일)'을 보면 특히 지난 금통위에서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개진한 이 위원은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다소 축소할 시기가 됐다"면서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1.50%에서 1.75%로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금리동결이 계속되면서 발생한 금융불균형이 실물 경제리스크로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근거다.

이 위원은 또 이 총재가 금리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밝혀 온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목표 수준에 도달했거나 근접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 뿐 아니라 향후 불확실성에도 잠재 수준의 성장 경로는 우효하다는 시각이 금통위원 대부분의 입장이다. 한은은 앞서 수정한 올해 경제성장률(2.9%)이 올 초 제시한 3%에는 못미치지만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잠재 성장률 수준(2.8~2.9%)의 성장세는 지속됐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또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3.0% 성장경로로 가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하반기 적극적인 정책 대응 여지를 남겼다.

이 총재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적절한 통화정책 대응과 관련된 견해를 묻자 "잠재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물가도 목표 수준에 수렴하면 완화 정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한은이 분석한 전반적인 경기상황을 토대로하면 사실상 금리를 올리지 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난 5월 이 총재의 "성장, 물가, 금융불균형 등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통화정책 완화정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발언도 돌이켜 보면 금리인상의 군불을 때고 싶은 욕구가 곳곳에 묻어난 셈이다.

◇이어지는 시그널…금리인상 적기는? =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금리인상 명분쌓기에 돌입한 한은이 앞으로 세 번(8월31일, 10월18일, 11월30일) 남은 금통위에서 한 번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 시기는 8월과 10월이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8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는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통화정책 여력 확보와 금융안정, 하반기 경기모멘텀 등을 고려하면 금리인상을 지연시키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8월 금통위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1.75%로 0.25%p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허태오 삼성선물 연구원은 10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게 봤다. 허 연구원은 "금융안정 측면에 금통위의 기류 변화가 감지됐지만 가계부채 이슈는 부동산과 관련된 것으로 정부의 거시 경제정책 몫이 크다"며 "금통위원 대부분이 우려한 미중 무역분쟁 이슈 역시 8월 중에 확실하게 제거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취약 신흥국의 위기도 추가 확대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서울 강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건설중장비 차량들과 화물트럭들이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건설중장비 차량들과 화물트럭들이 일거리를 찾지 못하고 멈춰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경제가 다시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만큼 무르익었는지 되묻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경기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다르면 지난달 전 산업생산지수는 전월 대비 0.7% 감소하면서 2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됐다. 서비스업 생산이 0.2% 증가했지만 광공업 생산이 0.6% 감소했다. 제조업 생산은 자동차, 화학제품 등이 줄어 전월보다 0.8%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는 1.1% 증가했다. 투자도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특히 설비투자는 특수산업용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줄어 전월보다 5.9% 감소하며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설비투자가 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은 2000년 9~12월 이래 처음이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수출주도 성장을 지양하고 소득 증대와 재정투입으로 내수를 부양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계속 긴축으로 방향키를 트는 것은 경기 부양을 외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내수 경기가 안좋은 상황에서 금리인상이 이뤄지면 경제가 더 안좋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11월 금리인상도 조금 섣부른 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금리인상 이후 경기가 더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금리를 올릴 수 있을만한 충분한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갖췄는지 한은이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올해 기준금리 동결을 예측하는 의견도 나온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고용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눈에 띄기 때문에 금리인상 주장이 다수론으로 확산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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