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문재인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고강도 대책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서울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다. 공급 정책이 동반되지 않은 수요 억제 중심의 정책 기조에 실수요자들이 재건축과 개발호재가 풍부한 서울로 몰려들고 있는 탓이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대책을 더 내놓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선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나올만한 부동산 규제 카드는 거의 다 나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만큼 집값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8.2부동산대책 이후 지난달까지 11개월간 6.6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8.2대책 이전 1년 상승률(4.74%)을 웃도는 것이다. 특히 송파(13.56%)·강남(10.52%)·강동구(9.70%) 등 강남권 아파트는 평균 10.47% 뛰며 '강남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집값은 올해 들어 정부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예정액 통보, 안전진단 기준 강화, 양도세 중과 조치 등으로 상승 폭이 다소 둔화됐다.
하지만 하반기 주택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지목됐던 보유세 개편안에서 증세 대상이 초고가주택·다주택자에 집중되자 보유세 인상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주택을 중심으로 매수 대기자들이 매수에 나서며 지난달 서울의 주택가격은 전월 대비 0.32% 상승하며 6월(0.23%)에 이어 두 달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강남권의 경우 보유세 개편안 발표 이후 재건축 재료가 있는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 6월까지 1건만 팔릴 정도로 거래가 없다가 지난달 보유세 개편안 공개 이후 15건의 급매물이 팔리면서 호가가 1억∼2억원 올랐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101㎡가 최근 16억5000만원에 팔리며 한 달여 전보다 2억원이 올랐다.
특히, 지난달 박원순 서울시장이 여의도·용산의 통합개발 계획을 발표한 뒤 이 일대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으며 가격도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용산 한강로·문배동 일대 아파트 단지는 최근 한 달 만에 호가가 1억∼2억원가량 올랐고 인근 동부이촌동도 호가가 5000만∼1억원 정도 상승했다.
영등포구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서울시의 개발 발표 이후 투자 문의가 과거보다 크게 늘었지만 소유자들이 앞으로 종상향 등에 대한 가능성을 기대하며 매물을 거둬들였다"라며 "향후 개발 속도에 따라 가격은 더욱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서울 일부 지역에서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대책을 더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서울시와 부동산 시장관리협의체를 발족하고 단속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양기관은 한국감정원과 합동 시장점검단을 구성해 불법 청약 및 전매 등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등록 임대주택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임대인의 임대 기간과 임대료 인상률 제한 등 법령 준수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아울러 주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비사업이나 도시재생사업 및 각종 개발사업에 따른 시장 영향을 함께 점검하고 주요 개발계획을 발표하기 전에는 서로 공유하며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규제 예고에도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주요 타깃이었던 서울 재건축 시장만 보더라도 규제 강화에 잠시 주춤하다 다시 반등하는 모양새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가 규제를 발표해도 서울은 집값 상승 호재가 넘쳐나는 만큼 일정기간 잠잠해졌다 또다시 상승할 수밖에 없다"라며 "특히, 규제 강화로 서울 지역에 새 아파트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만큼 추가 규제 발표는 오히려 매매시장을 더 들썩이게 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