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붙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정부·금융위 '맞손'
속도 붙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정부·금융위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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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 '군불때기'…文대통령 직접 챙겨
야당 일부, 시민단체 반대..."특혜와 정책 실패 가리기 위한 시도"
최종구(가운데) 금융위원장이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 주제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희정 기자)
7일 최종구(가운데) 금융위원장이 서울시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완화 주제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희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은산(銀産)분리'의 기본 취지와 골격은 유지하면서도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해서는 예외를 둬 규제 완화하자는 정부 움직임이 급물살을 탈 기세이다. 다만 정의당·참여연대 등 진보 성향의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 목소리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관련 주제의 현장 행보에 나서는 등 해당 이슈를 직접 챙기고 있다.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고 과거 규제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 지난 1년간 금리·수수료 경감을 통해 국민 편익을 제고하고 금융산업 전반의 경쟁을 촉진하는 성과를 거두는 등 규제완화를 미룰 경우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기존 금융체제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 결국 재벌개혁과 연결돼 있는 금기의 영역 '은산분리'까지 규제완화 영역에 포함시켰다는 분석이다.   

이날 정부와 금융위는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정부와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 규제개선이 국민의 금융이용 편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본다. 계좌개설, 자금이체, 대출 등 금융거래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상담챗봇 고도화 간편결제 활성화 등으로 금융거래 전반에 있어 혁신적 서비스가 지속 발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 금융부담을 줄여주는 데도 기대를 걸고 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오는 2022년까지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를 연 3조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계획을 세웠다. 금융자동화기기(ATM) 이용, 해외송금 등 금융거래시 발생하는 수수료도 지속적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이날 행사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 성과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며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과 기술을 결합시켜 은행권의 혁신을 촉진하고 수수료를 인하하며 금리 경쟁을 선도했다"며 "기술혁신으로 모바일서비스 편의성을 강화하고 상담챗봇 등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올 하반기 정부의 제1 국정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 등 연관산업 발전을 촉진해 국내외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다.

핀테크기업 대표로 행사에 참석한 이나경 뱅크웨어글로벌 수석은 "뱅크웨어글로벌은 인터넷전문은행과 협업 이후 매출액이 2015년 210억원에서 지난해 355억원으로 연평균 70% 성장하고 같은 기간 직원도 160명에서 33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고객, 핀테크기업, 소비자단체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1년으로 달라진 점과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에 바라는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도 시청했다. 이용 고객들은 24시간 공인인증서 없는 거래, 계좌번호를 모르는 상황에서도 간편하게 송금이 가능한 점 등 편의성이 제고된 점을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영역확대와 추가 사업자 진입에 얘기도 나왔다. 기업 고객인 주동원 자이냅스 대표는 "창업벤처기업인도 이용할 수 있는 신상품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금융경쟁 촉진 유도 차원에서 더욱 많은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4월과 7월 각각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고객수 700만명, 총 대출액 8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지만 은산분리 규제에 막혀 혁신을 주도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은산분리는 대기업(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소유하는 데 제한(의결권 4%, 비의결권 10%)을 두는 제도다.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돼 도입됐지만 시중은행들의 독과점을 강화시키는 부작용도 낳았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은행은 대출이 늘어나면 건전성 유지를 위해 자본을 더 늘려야 하는데 특히나 케이뱅크는 대주주인 KT가 은산분리 규제 탓에 자본을 더 투입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자본 부족으로 신규상품 출시와 새로운 서비스 출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호소하고 있다. 금융권 혁신을 자극할 '메기'가 미꾸라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에 팔을 걷어 붙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재 국회에는 2건의 은행법 개정안과 3건의 인터넷은행 특례법 등 총 5건의 인터넷은행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이 계류돼 있다. 이 법안들은 대체로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현행 4% → 50% 또는 34%로 상향시키는 내용이 골자다. 일부 기업집단은 대주주가 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대주주와 거래제한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은산분리 규제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올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행사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 같은 정부의 기조에 발을 맞췄다. 최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기업 관계자들과 함께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개최했으며, 25일에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1년 전 출범한 두 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은행권에 긴장과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으며 금융 소비자의 혜택을 늘리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보다 출발이 20년 늦었고, 중국보다도 크게 뒤쳐진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술이 금융과 융합한 핀테크 혁명이 금융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으나 우리의 대응은 뒤쳐진 실정이라는 게 최 위원장의 생각이다. 때문에 금융위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함께 핀테크, 빅데이터 산업이 유기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금융혁신 관련 법안들이 하루빨리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국회의 입법 논의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문제점 진단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문제점 진단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산분리 완화 반대 목소리=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야당 일부와 시민단체 중심으로 여전하다. 이날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정의당 정책위원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토론회에서 "특혜와 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한 은산분리 완화 시도는 즉각 중지해야 한다"며 "케이뱅크는 예금자 및 직원들의 정당한 이익이 침해되지 않는 방향으로 조속히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는 “삼성과 SK 등 대형 그룹이 은행을 보유할 경우, 거래 중인 하청업체들이 해당 은행과 거래하도록 하면 (사실상 시장경쟁 없이)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처럼 경쟁력에 기초하지 않는 시스템은 시장을 왜곡 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또한 은행을 보유한 기업은 은행을 타 기업과의 경쟁에 이용할 수 있다”며 “은행자본, 은행을 제외한 금융자본 등이 모두 결합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업 등 일반 산업에서도 불공정경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동양그룹 사태 당시 동양은행이 있었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과거 저축은행사태와 카드사태 등을 보면 사후규제, 행위규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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