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인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현지 부동산 경기의 극심한 침체를 이유로 중앙정부에 조치를 촉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경상남도는 지난 3일 국토교통부에 '미분양주택 지속 증가에 따른 건의'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미분양과 관련한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경남도는 국토부에 현재 추진 중인 공공주택 사업의 공급 시기를 조정하거나 연기하고, 사업규모는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미분양관리지역 제도를 활용해 주택공급 속도를 조절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택지매각 시기를 조정해 달라고도 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대해서는 미분양관리지역에서 사업부지를 매입할 때 심사를 강화함으로써 물량을 조절해 달라고 건의했다.
경남도는 "6월 말 기준 경남의 미분양은 전국의 24%인 1만4896호로 집계됐다"며 "이 중 1776호는 준공 후 미분양으로, 전달 대비 11.1% 증가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올 하반기엔 약 4440호가 공급될 예정으로, 주력사업인 기계·조선업의 침체와 공동주택 공급 물량 급증으로 미분양주택 증가세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경남도는 앞서 5월에는 "미분양 물량을 산정할 때 분양승인을 얻었지만 분양이 중단된 아파트는 산정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충청북도도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관계기관과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충북의 경우 6월 말 기준 미분양이 5288호 쌓인 상태로, 미분양이 5000호를 넘긴 것은 작년 11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충북도도 회의에서 거론된 공공주택 건설 속도 조절 등 미분양 해소 대책을 국토부에 요청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부산에서는 부산진구가 청약조정지역 해제를 국토부에 정식으로 요청한 바 있다. 작년 6·19 대책에서 부산진구와 기장군이 청약조정지역으로 편입돼 전매제한과 1순위 및 재당첨 제한 등 청약규제를 받아 왔으나 최근 부산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해 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다. 기장군의 경우 지역 정치인들이 집값 하락 등을 이유로 조정지역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지방의 빈집도 늘어남에 따라 LH는 지방의 빈집을 매입해 비축하는 '빈집 비축 사업'을 수도권과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벌이기로 하고, 올해 시범 사업지로 부산을 선정했다. 올해 시범사업은 부산 중에서도 빈집이 밀집된 부산진구와 남구, 영도구, 북구, 사상구가 선정됐다.
LH는 상수도 6개월 이상 미사용 가구 수를 추출해 부산시 내 빈집 수는 총 1만3960호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범사업 지구의 빈집은 진구 2322호, 남구 1775호, 영도구 1391호, 사상구 323호, 북구 172호 등 5983호로 집계됐다.
6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주택은 6만2050호로, 전달 5만9836호에서 3.7% 증가했다. 특히 주택이 준공됐지만 여전히 분양되지 않아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2015년 3월 이후 최대치인 1만3348호를 기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방의 미분양 등 주택시장 상황을 유의해서 보고 있다"며 "아직은 알려진 것보다 크게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지만, 작년부터 지방의 주택 사업 시기를 조절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해왔고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대응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