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겨냥한 '공짜경제'(Freeconomics)가 소비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들은 네이버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보고,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며, 구글을 통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고 메일과 구글 지도를 이용한다. 이들은 모두 공짜다. 세계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도 공짜다.
그러나 저명한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먼은 "공짜 점심은 없다"고 말했다. 경제 원리를 설명한 말이다. 즉, 사업자들은 아무 대가없이 소비자에게 공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사용료 대신 소비자 정보를 모은다. 소비자에게 맞춤형 광고를 보여주고, 그 '대가'(광고비)를 광고주에게 받기 위함이다. 애플은 사용자 기반과 시장지배력을 확보하기 위해 공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여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다.
이처럼 공짜경제에서도 소비자가 대가를 지불하는 형태와 방법이 달라졌을 뿐, 여전히 사업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소비자 거래가 사업자가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화폐를 지불하는 방식이었다면, 공짜경제에서는 화폐대신 소비자의 정보와 신뢰 등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짜경제에서도 기본적 소비자권익이 보장돼야 한다. 이를 위해 소비자는 사업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현명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으로 논란이 된 '애플 배터리 게이트 사건'과 '페이스북 정보유출 사건'을 살펴보면, 소비자가 거래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는지, 즉, 거래주체로서 권리와 지위를 누리고 있는지 의문이다. 애플이 공짜로 제공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소비자는 자신이 사용하는 아이폰의 성능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
페이스북을 이용한 소비자도 그 대가로 제공한 자신의 정보가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 두 사건 모두 정보나 신뢰를 지불한 소비자에게 거래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지 않은 탓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모든 경제활동이 네트워크를 통한 연결이 가능해지면서 공짜경제가 하나의 거래유형으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도 사업자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거래유형을 만들어내고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보 우위를 이용한 기만적 상행위가 아닌 정직한 노력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공짜경제의 등장으로 새로운 유형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는 지금, 기존의 법과 제도로 새로운 소비자거래에 대한 규율이 가능한지 점검과 대책 강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