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과점주주 조율 '관건'…금융당국 의중 '변수'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부활하는 우리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손태승 현 우리은행장이 겸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은행도 처음부터 회장과 함께 행장을 따로 두기보다는 겸임체제로 출발하기를 바라는 입장인 것으로 읽힌다.
관건은 금융당국의 의중과 조율이 어떻게 이뤄지느냐에 달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행장 자리를 노리는 외부의 보이지 않는 힘이 가시적으로 작용하느냐의 여부에 달렸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인가는 이달 24일로 예정된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감사 등으로 인해 미뤄지게 된다면 다음달 7일 안건으로 오르를 수도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은 무리없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관심은 부활하는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자리를 누가 맡게될지에 모아진다.
한동안 금융권에서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나 신상훈 우리은행 사외이사 등이 거론됐다. 최근들어서는 손태승 우리은행장의 회장 겸임 체제가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은행이 당장 지주사 전환을 하더라도 은행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만큼 손 행장을 구심점으로 일사분란한 체제를 가동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하다는 상식적 관점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은행 한 관계자는 "손 행장이 지난해 채용비리 사태로 인해 취임한 이후 행원들의 마음을 다독이면서 지금까지 은행을 이끌어오면서 두터운 신망을 받게 됐다"며 "지주사 전환 후 회장을 겸직하게 되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은행 내 전반적인 분위기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8월에는 우리은행 노동조합이 손 행장을 직접 만나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게 되면 회장직을 겸임할 것을 건의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지주 출범 후 1~2년간은 계열사가 완전히 정비되지 않아 회장과 은행장의 역할이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노조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큰 힘이다. 과거 KB금융이나 하나금융이 회장 연임과정에서 노조의 반발로 엄청난 내홍을 겪은 점을 상기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런가하면 KB금융지주의 회장·행장 겸임 체제가 보여준 효율성도 긍적적인 참고사례가 될 수 있다.
KB금융은 지난 2014년 주전산기 교체 문제를 놓고 KB금융 회장과 KB국민은행장의 갈등이 폭발하면서 금융당국의 징계로 이어졌고 수장 공백기를 맞게 됐다. 당시 해결사로 선임된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행장을 뽑기보다 본인이 겸임하면서 갈등을 봉합하기로 했다. 이후 윤 회장은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을 직접 만나는 등 적극적인 행보로 조직을 추스를 수 있었고, 외부적으로는 대형 인수합병(M&A)에 뛰어들면서 분위기를 환기시켜나가는데도 성공했다.
그 결과 KB금융은 리딩뱅크 타이틀을 8년만에 되찾을 수 있었다.
다만 이번 손 행장의 회장 겸임은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의 의중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회장·행장 분리가 원칙으로 정해져 있거나 명문화돼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회장·행장 겸임 체제때문에 권력 집중 현상이 나타났고, 회장의 거취 문제로 '수장 공백기'가 발생하면서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위기에 무게가 실려있는게 현실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5년 "금융지주체제 내에서 회장과 행장을 겸임하는 것을 적절하지 않다"며 "은행 쏠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분리·경영하는 것이 맞다"고 밝힌 바도 있다.
만약 이같은 논리가 그대로 작동한다면 회장이든 행장이든 또 다른 1인이 외부인사냐 우리은행 내부 인사냐가 더 큰 관심사로 부각될 수도 있다. 우리은행으로서도 자체승진을 전제로 회장, 행장 분리를 한다면 반대할 명분도 약할뿐더러, 어쩌면 환영하는 분위기가 주류를 형성할 수도 있다.
문제는 회장이든 행장이든 외부인사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 지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달려 있다. 이와관련 우리은행이 공적자금을 통해 경영정상화 과정을 거쳐 왔다는 점에서 다른 은행들과 여건이 완전히 같다고 볼 수없다는 점은 부담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지배구조가 민영화 과정에서 확고한 4대주주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조율 과정이 원만하게 이뤄진다는 전제하에 4대 과점주주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아무튼 우리금융지주사 탄생에 앞서 은행권 전체가 또 한번 우리금융지주 최고경영진 구성을 놓고 한차례 깊은 고민에 빠져 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회장·행장 겸임이든 분리든 우리금융의 미래를 위해 더 바람직한 방안이 무엇이냐에 의해 그 방식이 결정돼야한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해묵은 '관치논란'이 재연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일정대로 라면, 우리은행은 12월말 임시 주주총회 열어 우리금융지주를 설립하고 내년 초 재상장을 마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금융 회장은 당분간 공석으로 비어 있다가 지주전환 후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회장 후보를 내정·선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