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또 '금융불균형' 강조…연내 금리인상 의지 재확인
이주열 또 '금융불균형' 강조…연내 금리인상 의지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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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과잉이 저금리 탓?…가격상승 기대 심리 등 복합적 요인 영향
정부·여당 잇단 금리인상 압박…금통위 권한에 충실할 것
10월 수정 경제전망 하향조정 가능성 언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5일 인천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5일 인천 한국은행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워크숍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제공)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여러차례 언급하고 있는 '금융불균형' 문제를 또 한번 강조하며 금리인상 명분 쌓기에 나섰다. 금융불균형이 저금리 상태에서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 현상을 의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금리인상 의지를 꾸준히 암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 5일 인천광역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기자단 워크숍에서 최근 수차례 강조하고 있는 금융불균형 누적(금융안정) 문제를 또 꺼냈다.
 
그는 "가계부채는 증가율이 다소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며 "한은으로서도 금융안정 차원에서 가계부채 증가 추이에 계속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기·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불균형 누적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정도를 줄여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완화정도를 축소한다는 것은 시중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긴축정책을 편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릴 때가 됐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은 부동산 가격 급등에도 저금리 정책을 편 한은에 노골적으로 책임을 묻고 있다. 특히 지난달 이낙연 국무총리는 "(박근혜 정부) 당시 금리 인하가 결국 '빚내서 집 사자'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고 가계부채 증가를 가져온 역작용을 낳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저금리 등 완화적인 금융여건이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엔 주택수급 불균형, 주택가격 상승 기대심리 확산 등 여러요인이 같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맞받았다.
 
다만 현 시점에서 어느 요인이 주택가격 상승의 주된 요인이냐는 논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그의 뜻이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더 정교한 폴리시믹스(policy mixㆍ정책조합)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은 기본적으로 총수요에 영향을 줘서 경기를 조절하는 거시경제정책이기 때문에 통화정책만으로 금융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주택정책, 조세정책, 소득정책 등을 같이 병행해 운용할 때 금융불균형 누적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잇단 금리인상 압박으로 한은의 독립성을 의심받는 상황에도 의연하게 대처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는 본연의 권한(mandate)에 충실해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외부의 의견을 너무 의식해서 금리인상이 필요한데도 인상을 하지 않는다든가 아니면 인상이 적절치 않은데도 인상을 하는 결정은 내리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발표하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동시에 금융안정도 비중있게 고려해야할 시점이라고 짚었다. 금리를 조정할 때 경제전망치의 조정 여부만 중요한 것은 아니며, 경제 전망치가 하향조정되더라도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지지는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7월 전망때 보다 실적치가 조금 나빠진 가운데 여러가지 실물지표를 감안해보면 이달 전망치가 조금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전망을 하고 나서 그 수정전망을 한 흐름, 성장과 물가의 기조적 흐름이 종전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낫는지, 아니면 대체로 부합하는지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다"며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2.8~2.9%)가 이어지고 물가목표수준에 점차 근접해나간다는 판단이 선다면 금융안정도 비중있게 고려해야할 시점"이라고 했다.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는 만큼 종전보다는 좀 더 경계심을 가지겠다는 언급도 나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연 2.0~2.25%로 0.25%p 인상했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 격차는 0.75%p나 벌어졌다. 이 총재는 "미국이 이렇게 정책금리를 계속 올리게 되면 기초경제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확대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 금융시장도 그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며 "때문에 앞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의 움직임을 더욱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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