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지방 일부 지역의 집값 하락이 가속화하면서 '깡통주택',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다.
깡통주택은 매매가격 하락으로 전세와 대출금이 매매 시세보다 높은 주택을, 깡통전세는 이로 인해 전세 재계약을 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주택을 의미한다.
12일 부동산업계와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최근 경남, 경북, 충남, 충북 등 지방을 중심으로 '깡통주택'과 '깡통전세'가 늘고 있다. 대부분 장기간 매매·전세값이 동반 하락했거나 2년 전 대비 매매가격이 전세값보다 더 많이 떨어진 지역들이다.
창원시는 현재 매매가격이 2년 전 전세값 밑으로 떨어지면서 재계약 분쟁이 늘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결과 성산구의 경우 최근 2년 새 전세값이 13.28% 내린 것에 비해 매매값은 21.87% 하락했다.
대방동 S아파트 전용면적 84.9㎡는 2년 전 매매가격이 2억3000만원∼2억6000만원 선이었는데 그간 8000만원∼1억원 이상 떨어지면서 전세값이 매매가격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 주택형의 전세값도 현재 1억4000만원∼1억5000만원으로 2년 전보다 내려 집주인이 집을 팔지 않고 전세를 재계약하려면 6000∼7000만원을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최근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내린 경남 거제시는 지난 2년간 아파트값이 28.32% 떨어지는 동안 전세값은 33.31%나 급락해 전세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거제시 고현동 D아파트 전용 59.76㎡는 2년 전 전세값이 1억3000만원∼1억4000만원인데 현재 매매가는 8억∼1000만원에 불과하다. 현재 전세값도 6000만원∼7000만원으로 2년 전 대비 반토막이 난 상태여서 전세 만기가 도래한 집주인은 집을 팔지 않으면 7000만원, 집을 팔아도 4000만원 이상의 전세금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이처럼 지방의 깡통주택, 깡통전세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입주물량 증가에 있다. 2010년 이후 지속된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로 2014∼2016년에 걸쳐 지방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분양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부터 이들 지역의 입주물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경상남도의 경우 2010년대 초반 연평균 6000∼2만가구에 불과하던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해 4만여가구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입주물량도 3만7000여가구에 달하고 내년 역시 3만5000여가구의 입주가 대기중이어서 '물량 폭탄'의 후폭풍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2015년까지 입주물량이 연평균 5000∼1만2000가구에 그쳤던 충청남도도 2016년에는 2배가 넘는 2만2500가구로 준공이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2만4500가구, 올해 2만6000가구로 연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충북 역시 2010년 초반 연평균 5000가구 미만이던 입주물량이 올해 2만2000여가구로 급증했다.
특히, 지방은 입주물량 증가와 함께 조선·자동차 등 지역 기반 산업의 위기로 경기침체까지 한꺼번에 들이닥치며 집값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9.13 부동산대책'에서 지방 미분양 관리를 강화해 미분양이 많은 지역의 주택공급 물량을 조정하고 깡통전세, 역전세 위험지역의 세입자 보호를 위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대한 위축지역 특례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조치의 전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방 역전세난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중이지만 그간 많이 올랐던 집값이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부가 손 쓸 방법이 별로 없다"며 "아직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특례제도 외에 다른 지원방안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역전세난이 지방뿐만 아니라 입주물량이 많은 수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좀 더 적극적인 대응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이후에는 지방뿐 아니라 서울·수도권 주택시장도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며 "과도한 집값 하락 지역은 세입자 등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