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시장이 한산하다. 이달부터 분양권 소유자는 유주택자로 분류돼 1순위 청약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까지 막히자 매수에 나서는 수요자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매제한이 풀린 단지의 웃돈은 갈수록 불어나고 있다. 단지가 준공되기도 전부터 해당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면서 실거래가는 분양가보다 수억원 높아졌고, 호가는 '억소리'가 날 정도다.
서울 주요 단지의 경우 선별적 투자가 계속되고 있어 분양권 시장에서도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두 달 연속 '거래절벽'···고강도 규제 여파
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현재까지의 분양권 거래량은 40건에 불과하다. 하루 평균 거래건수가 1.9건에 그친 셈이다.
광진구와 구로구, 성동구는 지난달에 이어 손바뀜이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고, 지난달 서울 지역 중 분양건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은평구(15건→2건), 마포구(13건→5건)도 매수 움직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 6월 신규 브랜드 대단지의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7월 104건(일 평균 3.3건) △8월 128건(4.1건) △9월 135건(4.5건) 등으로 분양권 시장에 활력이 더해지나 싶더니 10월 이후 분위기가 완전히 꺾인 모양새다.
지난 10월엔 총 94건, 일평균 3건이 거래되며 10월 기준으로는 2008년(27건)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분양권 시장이 위축된 데는 정부의 고강도 규제가 한몫했다. 올 초 청약조정대상지역 분양권 양도소득세율이 50%로 높아진 상황에서 이달 말부터는 분양권 보유자도 유주택자로 분류된다는 소식에 전반적으로 전매·매수심리가 위축된 것.
지금까지는 청약에 당첨된 경우 소유권이전등기 시부터 유주택자로 간주됐다.
아울러 지난달 31일부터는 아파트 분양권이나 조합원 입주권을 보유한 사람은 정책성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없게 돼 매수 문의가 거의 끊긴 상황이다.
마포구 대흥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호가 문의가 8~9월에 비해 많이 줄었다"면서 "간간이 관심을 보이는 손님들도 있지만, 대출이 어렵게 되면서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규제가 적지 않은 터라 투자 수요도 붙기 힘들다"고 말했다.
◇ 높은 프리미엄은 '여전'···"지역별 양극화 우려"
그러나 분양권 매매가에서는 분양권 시장의 위축을 체감키 어렵다. 아직까지도 콧대가 높은 프리미엄이 원인이다.
실제 지난 6월부터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진 '신촌그랑자이'의 전용면적 84㎡는 분양가가 7억6000만~8억2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 9월 13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와 최대 6억원 차이난다.
호가는 14억원부터 최고 15억원까지 형성됐다. 지하철 2호선 이대역이 바로 앞에 위치한 초역세권에다 오는 2021년 마포프레스티지자이까지 들어서면 3000여 가구에 달하는 자이 타운이 조성될 예정이어서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됐다.
'경희궁롯데캐슬' 전용 84㎡ 분양권은 당초 7억5000만원선에서 지난 7월 11억7210만원으로 뛰었고, '래미안아트리치' 전용 84㎡ 분양권은 5억3500만원에서 7억5000만원으로 몸값이 급등했다.
호가는 각각 최고 14억7000만원, 9억2000만원이다. 분양가와 비교하면 경희궁롯데캐슬은 약 7억원, 래미안아트리치는 약 4억원 불었다. 물건 자체도 많지 않아, 희소성까지 등에 업었다.
종로구 무악동 L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양도세 부담때문에 물건이 잘 안 나온다"며 "그나마 있는 건 호가가 너무 높다. 입주 직전까지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생각하는 집주인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 일부 단지들의 분양권 값이 치솟자 지역별 양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선주희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서울에서 입주가 임박한 분양권 가격이 껑충 뛰었는데, 정부가 다주택자 옥죄기를 이어가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선별적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지역 간 양극화 심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