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기은 등 국책은행 기재부 규정때문에 부담
은행권 "청년채용 위한 땜질 대책 아니길" 중론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이 정례적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가운데 산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희망퇴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금융당국이 만만한 시중은행만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년 초 임금피크 적용 대상자를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이를 위해 노사가 지난 14일부터 교섭에 착수했고, 구체적인 방안을 정해 진행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노사는 현재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중이다. 현재까지는 희망퇴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매년 노사 합의 안건으로 올라온 점을 고려하면 다음달 중 협의를 마무리하고 임금피크 대상으로 신청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보다 앞서 KEB하나은행은 지난 8월 만 40세·근속기간 만 15년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신청받아 274명을 내보낸 바 있다.
우리은행은 내년 지주전환을 앞두고 있어 올해에는 희망퇴직 등을 진행하지 않을 방침이다.
시중은행은 2013년 이후 꾸준히 희망퇴직을 진행해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은행 인력구조가 역피라미드 형으로 바뀌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대적인 인원감축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2015년 이후 매년 2000~4000여명의 인원이 4대 주요 시중 은행을 떠나야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안정된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두려운 일"이라며 "최근에는 그나마 정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터라 시기에 맞춰 미리 준비한 뒤 신청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희망퇴직은 2015년 이후 요원하다.
산업은행의 경우 지난 2014년 감사원 감사에서 퇴직금 지급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은 뒤 희망퇴직이 중단됐다. IBK기업은행 역시 지난 2015년 말 188명을 마지막으로 희망퇴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인건비 상한 규정으로 인해 희망퇴직 위로금에 추가 재원을 쓸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공기관은 기재부 규정에 따라 준정년 임직원에 대해 희망퇴직 제도를 시행할 경우 정년까지 남아있을 때 받을 수 있는 임금의 절반 이하만 퇴직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산업은행은 55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5년간 임금 총지급률이 290%인데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이 금액의 45%만 퇴직금으로 받는다.
이 때문에 국책은행 직원들은 희망퇴직보다 임금피크를 선호하고 있다. 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임금피크 적용 대상 직원은 215명이며, 오는 2021년 임금피크 적용 대상 직원은 500여명(전 직원의 15%), 50세 이상 일반직 직원도 900명(36.1%)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난 5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은행장들과 만나 나눴던 희망퇴직 활성화에 대한 당부는 희망퇴직이 당장 필요한 국책은행이 아니라 정례화로 자리잡아가는 시중은행들만 압박을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최 위원장은 앞서 5월 9일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진행해 "은행들이 눈치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8일만인 같은달 17일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직원과 경영진이 참석한 은행 행사에서 "인위적인 희망퇴직을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금융공기업에 대한 희망퇴직 추진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기재부 나름대로 생각이 있겠지만 최대한 설득해볼 생각"이라고 답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결국 정부 방침대로 희망퇴직을 하는 건 시중은행 뿐"이라며 "청년채용을 늘리기 위해 고연령층 직원들을 내보내는 땜질식 대책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