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주요 건설사의 3분기 경영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올해 취임한 건설사 CEO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특히 '재무통'으로 불리며 지휘봉을 잡은 이들의 성적표가 극명하게 대조를 이루면서 어깨가 무거워진 이들도 눈에 띈다.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과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은 실적개선으로 내실을 다진 반면, 재무 전문가로 사내 신망이 두터운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다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재무통은 아니지만 '해외통' 김형 대우건설 사장도 발걸음이 무겁다.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음에도 줄어드는 수주 잔고, 높은 부채비율은 여전히 고민거리로 작용하고 있다.
◇ 이영호·이영훈 사장 개선된 영업익에 '好好'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 3분기 연결기준으로 27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기간(2100억원)보다 30.4% 성장한 실적을 보였다.
삼성물산의 호실적은 이영호 사장이 수장을 맡고 있는 건설부문의 역할이 컸다. 매출 2조8240억원, 영업이익 2040억원을 달성했는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9.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13%나 늘었다.
업계에선 이영호 사장의 '수익성 중심 내실 경영'이 빛을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 경영관리 및 감사담당, 삼성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장 등을 거친 '재무통'인 만큼 실적 개선에 속도가 붙었다는 것.
특히 국내외 공사의 수익성이 좋아지면서 3분기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중)은 전년 동기(2.9%)의 두 배를 웃도는 7.2%로 집계됐다.
이영훈 포스코건설 사장은 3분기 실적을 통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사장은 취임한 날 부산 해운대 엘시티 공사장에서 인명사고가 발생, 불명예를 안고 출발하더니 상반기엔 플랜트사업부문이 61억원 영업손실로 적자전환하면서 영업이익만 전년보다 22.5% 쪼그라든 실적을 거뒀다.
포스코그룹의 대표적 기획·재무 전문가로서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그러나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3% 증가한 1조8153억원, 영업이익은 224% 증가한 891억원을 거둬 그나마 표정이 풀어지게 됐다. 영업이익률은 4.9%다.
◇ 박동욱·김형 사장 '혹독한 신고식'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곳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이다. 그중에서도 재무 전문가 출신으로 내실을 다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던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은 연말까지도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건설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분기(2810억원) 대비 15.33% 감소한 2379억원에 불과하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6773억에 그쳐 영업이익 기준으로 1조원 달성에 차질을 빚게 됐다. 현재는 업계 1위 자리는 GS건설에 뺏긴 상황이다.
현대건설의 부진한 성적은 해외사업에 기인한다. 해외사업장이 중동 지역에 몰려있는데, 이들 사업장에서 공사 진행 속도가 느려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른 해외부문 3분기 원가율도 103.9%에 달했다. 원가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뚜렷한 성과없이는 실적 부진이 4분기에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김형 대우건설 사장의 고심도 깊다. 지난 6월 취임했기 때문에 사실상 경영능력 평가의 기준점이 된 3분기 성적표가 잰걸음을 걷고 있어서다.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8.6% 늘었지만 지난해 해외사업 부실에 따른 기저효과여서 웃기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3분기에 확보한 일감도 전년 같은 기간(7조7205억원)에 비해 18.2% 줄어든 6조5322억원에 그쳤다.
김형 사장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몸값 올리기'도 쉽지 않아보인다. 같은 기간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285.3%) 대비 11.7%p 상승한 297%로, 대형건설사 중 부채비율 1위다. 대우건설의 매각을 하루빨리 추진하려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눈초리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음에도 나아지지 않는 재무건정성은 김 사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국내 주택시장 여건이 불투명한 만큼 신임 CEO들의 사업 전략이 여느 때보다 기업 운명을 결정지을 '핵심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시장이 그나마 나아질 기미가 보이고 있지만, 주수익원이었던 국내 주택시장 여건이 답답해지면서 건설사 CEO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재무 전문가로서 경영 전면에 나선 이들은 구조조정을 통해 비용 줄이기에 나설 가능성도 적잖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