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명산 100' 기획, 김정배 블랙야크 익스트림팀장
[인터뷰] '명산 100' 기획, 김정배 블랙야크 익스트림팀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파인클럽 회원 20명 이야기 담은 책 발간…섬 여행 통해 아웃도어 부흥 가능성 확인
21일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블랙야크 본사에서 김정배 팀장이 인터뷰 후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블랙야크 본사에서 김정배 팀장이 사진을 찍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토종 아웃도어 업체 블랙야크에서 이달 중순 특별한 책을 펴냈다. 제목은 '명산 100과 사람들'. 블랙야크에서 명산으로 지정한 산 100개를 모두 오르며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lackyak Alpine Club·BAC)' 회원 20명 이야기를 담았다. 주인공은 어머니에게 간을 드리기 위해 산을 타며 체력을 기른 아들, 뇌졸중 수술 후유증을 이기며 산을 오른 60대 참가자, 두자녀와 100대 명산을 모두 완주한 아버지, 한국의 산을 오르며 인연을 만들어가는 외국인이다.  

'명산 100'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정배 블랙야크 익스트림팀 팀장은 "이야기 공모 때 질환을 겪고 있는 분들 사연이 많았는데, 이글을 읽고 다른 분들도 용기를 내길 바란다"며 "등산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과 가족, 사회 변화를 이끄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21일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블랙야크 본사에서 김정배 팀장을 만나 BAC 도전기와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블랙야크 등반 프로그램이 생긴 건 2013년. '등산 붐'과 함께 아웃도어 업계가 호황을 이루던 시기다. 아웃도어 업체 대부분이 '꽁짜 버스'로 매장과 산을 오가며 더 많은 소비자 모시기에 나설 때였다. 너도나도 기념품이나 식사를 준다며 치열한 소비자 유치작전을 펼쳤다. 매장으로 이끌기 위한 영업이었다. 

그러나 블랙야크는 작전을 바꿨다. 정반대로 움직였다. 참가비에 버스 대여비까지 받았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은 김정배 팀장. 그는 "등산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소비자는 물론 회사 팀원들 시선이 곱진 않았다. 

"당시 산행 프로그램들이 소모적이었어요. 아웃도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과열되다 보니, 업체들은 무리하며 소비자를 경쟁적으로 유치했어요. 결국 이런 경쟁이 급속도로 시장을 냉각시켰다고 봅니다.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매장으로 싣고 가기 위한 작업이었죠. 입사 후 1~2년간 그렇게 소비자를 유치했어요. 산이라는 것을 이렇게밖에 소개할 수 없나 하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등산이라는 '좋은 것'을 알리고, 목표 의식을 세우게 할 수 있을까, 스스로 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다른 브랜드에선 밥도 사주고 버스도 무료로 태워준다며, 항의 전화도 많이 들어왔어요. 그럴 때면 그쪽 버스 타라고 했어요. 이후 커뮤니티를 통해 '등산은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것'임을 알려나갔죠."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 회원들이 태백산에서 블랙야크 인증 수건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블랙야크 공식 인스타그램)<br>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 회원들이 태백산에서 블랙야크 인증 수건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블랙야크 공식 인스타그램)

시작은 '명산 40'이었다. 1년간 3000명과 함께 40개 산을 오르는 프로그램이었다. 참가비 5만원도 있었지만, 등산객 수천명은 금세 모였다. 이들은 명산 100을 기획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완주자는 800여명. 김정배 팀장은 "이분들은 이후 프로그램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는데, 참가자끼리 유대감도 대단했다"고 말했다. 

뜨거웠던 반응에 블랙야크는 2014년 산 60개를 추가해 명산 100을 내놨다. 산림청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을 토대로 강원부터 경상도, 전라도 지역까지 적절히 꼽았다. 

"우리나라에 산이 많은데, 죽기 전에 100개는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산 선정엔 회사 내 셰르파(등산안내자)라는 조직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소방관부터 교수까지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이죠. 생업은 아니지만 탐방 프로그램도 제안하면서 봉사해주십니다. 지금도 셰르파로서 각 지역에서 참가자들의 산 인증을 맡고 계신답니다."

명산 100개 완주자는 블랙야크 옷 20만원어치를 살 수 있는 포인트를 받는다. 김 팀장에게 남는 게 있냐고 물었다. 그는 "광고는 돈이 남아서 하는 게 아니다.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등산을 하는 사람이 없으면 아웃도어 브랜드 존재 이유도 없어진다"고 답했다.

대신 블랙야크는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스며들게 만들었다. "브랜드와 접촉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호감도가 높아집니다. 사람도 자주 보면 친해지잖아요. 명산100을 통해서 브랜드와 친해질 기회를 주는 거죠. 참가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려고 합니다. 참가하는 분의 80%는 블랙야크를 사랑하는 분들인 것 같아요."

BAC 프로그램이 6년차에 접어든 만큼 회원 수도 크게 늘었다. 7만7000명이 도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10월 말 기준 명산 100 완주자만 2700여명에 이른다. 산악계에서는 명산 100이 워킹산행 바람을 다시 불러왔다고 평가한다. 김 팀장은 BAC 프로그램 덕에 긍정적으로 바뀐 등산문화를 연이어 자랑했다. 

"산악하시는 분들은 블랙야크 프로그램으로 워킹산행 붐이 다시 일어났다며, 더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관광버스 운영사에도 도움이 됐죠. 버스 200대를 배치해 카풀(승차공유)을 하면서 일거리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회원끼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등산 계획도 공유해요.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체력을 기르고,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분도 늘었습니다. 이젠 버스를 무료로 태워달라는 말도 없어요. 변화되는 삶도 많이 목격했습니다. 아픈 사람이 건강해졌고, 소소하게는 토요일에 산을 가기 위해 전날 술을 안 먹는 분도 있었어요. 

개인 삶은 물론 가족 변화까지 이끈 분도 있었습니다. 셰르파로 활동하시는 최순관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함께 산을 다녔는데, 이후 아내까지 합류시켰어요. 가족들은 더 행복해졌다고 합니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다는 건 중요해요. 산행은 친구분에게도 전파됐어요. 긍정적인 모델이죠. "

김정배 팀장(맨 왼쪽)과 익스트림팀 팀원들이 강원 원주시 간현암에서 쉬고 있다. (사진=블랙야크)

김 팀장이 요즘 꽂혀있는 것은 섬이다. 저마다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는 섬을 여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아웃도어 산업의 새로운 장을 열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인천 섬 지역 31개에 충남·북 섬을 추가해 50개를 선정했고, 앞으로 10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높은 산보단 여유롭게 다닐 수 있어, 참가자들이 많아질 거란 기대감도 갖고 있다. 

섬 여행 프로그램은 '섬&산'이다. 섬에는 산이 있다는 뜻이 담겼다. 김 팀장은 이름에 얽힌 일화도 소개했다. "조회시간에 (강태선) 회장이 저희에게 제주도가 섬이냐, 산이냐 물었어요. 섬이라고 했죠. 그러니 회장께선 바다에서 보면 산이고, 산에서 보면 섬이라고 하시더라고요. 한창 제목으로 고민할 땐데, '아, 섬앤산'이라는 말이 나왔죠." 

항상 자신이 산악인임을 되뇌는 김 팀장의 꿈은 히말라야다. "히말라야를 아주 깊이 여행하면서 하나하나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중국부터 이란까지 굉장히 넓고 가볼 곳도 많아요. 사람들에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자극을 주고 싶습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저탄소/기후변화
전국/지역경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5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왕눈이 2019-01-17 13:24:17
너무 멋집니다
산을 사랑하고 블랙야크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가입할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홍지윤 2018-12-05 16:18:13
명산100을 기획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I Love Blackyak!!!

최순관 2018-12-01 22:07:50
아이들과 산에서
놀이터처럼 뛰어놀고 힘들면 쉬어가고 배고프면 밥먹고 배부르면 수다떨고 그시간이 하루이틀 되다보니 명산100 완등하게 되었네요
하루에 별.쫑이와 4시간~8시간 또는 1박2일로 산을 다니다보니 무슨 할이야기가 그리도 많은지요
정말 잼나게 수다하면서 산을 다녔습니다
그것이 행복이었답니다
아이들과 대화하는시간이 너무 좋았답니다
그것은 행복을 만드는 실타레 였어요
정 말 요...

변재수 2018-12-01 21:15:14
세상에는 산을 다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다시 블랙야크 명산관련 인증을 하는 사람과 그냥 산을 다니는 사람으로 나눕니다.
현재 83,500여명의 도전자님들과 그들의 960,000회의 각종 인증!

그들은 산을 오르고 섬을 여행하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건강해지며 지역사회와 나라의 경제의 활성화에도 한몫을 하며 내일을 살아가는 동력을 얻습니다.

블랙야크 명산과 섬 인증프로그램은 산행문화의 큰 방점입니다.

변근효 2018-12-01 17:58:10
햐 명산100 최고죠 저도 완등
산악에선 블랙야크 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