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투자 82개월·건설업 81개월 만에 최저...실질 국민총소득 0.7%↑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우리 경제의 3분기(7~9월) 성장률이 0.6%에 그쳐 2분기 연속 0%대 성장세에 머물었다. 무엇보다 설비투자가 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여파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올해 제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 2.7%를 달성하기 위해선 4분기 중 최소 0.8% 이상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부진 등 성장동력이 차갑게 식고 있는 상황이라 전망치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4일 한은이 발표한 '2016년 3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00조1978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6% 성장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0.2%) 이후 3분기 만에 최저치로 지난달 나온 속보치와 동일한 수치다. 다만 속보치 대비 설비투자가 0.3%p 상향 수정된 반면 건설투자, 민간소비 등이 0.3%p, 0.1%p 각각 하향 조정됐다.
지난 1분기 1.6% 성장을 기록했던 실질 GDP는 2분기(0.6%) 0%대로 내려앉아 두 분기 연속 0%대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0% 성장으로 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앞서 한은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2.7%를 달성하려면 4분기에는 0.84~1.21% 이상 성장해야 가능하다. 다만 부진한 경기 회복세를 고려하면 이마저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국내외 경제연구소들은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 중반으로 잡고 있다. 일부에서는 2.5% 아래로 내다보는 기관도 적지 않다.
한은 관계자는 "건설·설비투자가 하락하는 가운데 속보치 대비 큰 흐름이 바뀌지는 않았다"면서도 "(4분기의 경우) 하방리스크가 산재해 있지만 그만큼 상방리스크도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상방 요인으로는 올 3분기 폭염과 지방선거로 지출이 덜했던 부분이 4분기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아울러 개소세·유류세 인하 등 정부가 내수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 외국인 입국자 수가 늘고있다는 점이 꼽혔다. 반대로 일시 휴전상태에 들어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여전한 하방 요인으로 지목됐다. 고용 참사로 불릴 정도로 심각한 일자리 문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3분기 기록한 0.6% 성장은 건설투자가 -6.7% 뚝 떨어지면서 외환위기(1998년 1분기 -9.7%) 이래 82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영향이 크다. 설비투자도 철도차량 등 운송장비가 늘었으나 기계류가 줄어 4.4% 감소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모두 하락폭은 -8.9%, -7.4%로 더 두드러졌다.
이같은 분위기는 내년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설비투자는 2호선 교체가 내년 1분기까지 공사 완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설비투자도 이뤄져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건설투자는 내년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소비를 보면 정부소비가 건강보험 급여비 지출 증가로 1.5% 늘었다. 민간소비는 0.5% 증가했다. 2분기 수준(0.3%) 보다는 확대됐다. 수출은 효자 종목 반도체를 중심으로 3.9% 증가한 반면 수입은 화학제품이 늘었으나 기계류 등이 줄어 0.7%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은 반도체 등 전기 및 전자기기를 중심으로 2.3%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2.7%)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은 2.8%다. 건설업은 -5.7%로 1998년 2분기(-6.0%) 이후 81분기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1년 전에 비하면 무려 -8.1%나 깎인 수치다. 그나마 서비스업이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등을 필두로 0.5% 성장했다.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3분기 중 전기 대비 0.7% 증가했다. 지난 2분기 -1.0%로 내려갔다가 3분기 소폭 상승 반전한 것이다. 유가 상승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됐음에도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이 2분기 2조1000억원 적자에서 3분기 3000억원 흑자로 바뀐 영향이 컸다.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 대비 1.9% 증가했다.
총저축률은 35.4%로 전기보다 0.8%p 상승했다. 지난해 4분기(35.7%) 이후 3분기 만에 최고치다. 반면 국내총투자율은 29.3%로 전분기보다 1.7%p 하락하며 지난 2016년 2분기(29.2%) 이후 2년1분기 만에 최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