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서지연 기자] 금융당국이 착한실손보험(新실손보험) 흥행에 다시 도전한다. 보험료를 내리고 표준화(2009년) 이전 실손보험에서 전환도 수월하게 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사격에 나섰다. 사실상 '실패한 정책성보험'으로 평가받던 착한실손보험이 반전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인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년부터 착한실손보험은 6.15% 인하된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공보험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실손보험에서 발생하는 '반사 이익'을 반영한 수치다. 금융위원회는 공·사 보험 정책협의체를 열어 이런 반사이익을 내년도 실손보험료 조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또 표준화 이전 실손 계약자도 쉽게 착한 실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기존에는 보험기간이나 연령이 맞지 않으면 보험사에서 인수를 거절했는데, 이같은 부분을 당국이 직접 보험사를 설득해 전환을 수월하게 해주겠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올 하반기 중 실태점검도 마쳤다. 즉, 내년부턴 착한실손보험 가입 유인이 더 높아지게 되는 것.
업계는 이를 착한실손보험을 '성공한 정책성보험'으로 기사회생 시키려는 금융당국의 노력으로 보고 있다.
착한실손보험은 지난해 4월, 의료쇼핑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출시한 상품이다. 실손보험의 보험료가 비싼 이유가 의료 쇼핑이었기에, 이를 특약으로 분리해 해법을 찾는다는 취지였다. 도수 치료 등 3대 비급여 보장에 대해 선택적으로 가입하되 자기부담금은 30%로 설정해 기본 보험료를 낮춘 게 골자다.
다만 출시 이후 성적은 금융당국의 예상에 못 미쳤다. 올해 6월 말 기준 착한 실손보험 보유계약 건수는 237만건으로, 전체 실손보험 보유계약인 3396만건에 비하면 7%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풍적 인기를 끌 것이라는 출시 전 기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출시 전에는 기존 실손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착한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대량으로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컸지만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금융당국의 지원사격에도 착한실손보험이 흥행할 것이란 전망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내년 보험료 인하로 신규유입은 늘 수 있지만, 기존 고객이 갈아탈 유인은 적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영업현장에서 고객을 만나는 설계사들이 고객에게 전환을 권유할 유인이 적다. 작성해야 할 서류만 늘어날 뿐 영업에 도움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의 승패는 영업현장에 있는 설계사들에게 달려 있다"며 "일단 설계사들에겐 표준화 이전 보험이 무조건 좋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어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기부담금이 상이한 점도 이유다. 착한실손보험의 자기부담금은 30%인 데 반해 표준화 이전 실손의 자기부담금은 0%다. 병원에 갈 일이 잦은 고객의 경우는 보험료가 비싸더라도 자기부담금이 없는 표준화 이전 실손의료보험의 혜택을 누리려 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표준화 이전 고객은 고령층이 많아 이같은 경우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 고객이 비급여진료를 포함한 전체 의료비 보장을 원해 실손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착한 실손보험은 기존 실손보험과 차이점이 없는 셈"이라며 "보험은 만약의 위험에 대비해 가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두 푼 아낄 생각에 기본형에 가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결국 기존에 가입한 상품을 해지하면서까지 가입할 만한 메리트가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은 높은 손해율로 보험료 상승만을 앞두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표준화 이전 실손의 손해율은 133.9%에 달해 내년 8~12% 오를 전망이다.
하주식 금융위 보험과장은 "영업현장에서는 2009년 이전에 가입한 실손보험은 무조건 유지해야 한다고 판매하는데, 이제 보험료가 올라가면 소비자가 장단을 따져봐야 한다"며 "착한실손으로 갈아타면 자기부담금이 늘어나긴 하지만 보험료가 줄고 100세까지 보장받기 때문에 오히려 나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