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올해 IPO 시장…대어급 부재로 5년來 '최저규모'
'허울뿐인' 올해 IPO 시장…대어급 부재로 5년來 '최저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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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물량 불구 증시부진·회계이슈에...공모액 2.8兆 전년比 63% '뚝'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그야말로 '속 빈 강정'이었다. 공모 기업 수는 5년 새 가장 많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공모액은 되레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와 달리 조 단위 '대어'(大魚)급 기업이 자취를 감춘 까닭이다. 주식시장 장기 침체 속 회계 감리 이슈 등 불확실성에 증시 진입을 미루거나 철회한 기업도 잇달았다. 

28일 한국거래소와 IPO전문업체 IR큐더스에 따르면 올해 공모 기업 수는 총 79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17곳 증가한 수준이자, 최근 4년 새 최대 물량이다. 코스피시장에서 9개, 코스닥시장에서 70곳이 신규 상장했다. 특히 전체의 40%에 달하는 31개 기업이 최근 두 달간 집중돼 연말 쏠림 현상을 보였다.

자료=한국거래소·IR큐더스
자료=한국거래소·IR큐더스

정부가 상장 허들을 낮추면서 공모 기업이 증가했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총 공모금액은 2조8198억원으로, 지난 2013년(1조3000억원) 이후 최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7조8188억원)과 견줘 무려 63%(4조9270억원) 급감한 수준이기도 하다. 당시 넷마블게임즈와 ING생명,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1조원이 넘는 대어들의 상장에 힘입어 7년 만에 최대 공모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1조원대 기업커녕, 유가증권시장에 신규 입성한 9개 기업의 공모 규모를 합해도 지난해(4조4484억원) 대비 20% 수준인 9166억원에 불과하다. '최대어'인 애경산업의 규모가 1978억원에 그친다 정부의 강한 활성화 의지에 두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코스닥시장 공모액 역시 1조9032억원으로 전년보다 43.5% 쪼그라들었다.

연초 호조를 보였던 증시가 속절없이 무너지자 투자심리가 냉랭해졌다. 무엇보다 대형 기업들이 자진해서 상장 의지를 접은 것이 시장에 악재가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상장예비심사 과정에서 심사를 철회하거나 승인 후 상장을 취소한 기업은 17곳에 달한다. 지난해보다 6곳 증가했다. 4월 SK루브리컨츠를 시작으로 HDC아이서비스와 CJ CGV베트남홀딩스 등이 기업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지 못했다고 판단, 상장 철회를 알렸다.

회계감리 이슈에 부딪쳐 상장 문턱을 넘지 못한 경우도 잇달았다. 공모 규모만 2조원으로 추정됐던 현대오일뱅크는 합작투자사인 현대쉘베이스오일의 이익을 과대계상해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경징계를 받았지만, 감리 절차가 미뤄져 상장 일정을 연기했다. 코스닥시장의 대어로 거론됐던 카카오게임즈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진행 중인 회계감리에서 소명 절차가 길어지며 상장 계획을 취소했다.

올해 크게 주춤했던 IPO시장은 내년에는 큰 반전을 노린다. 앞서 상장을 미뤘던 현대오일뱅크를 필두로 교보생명, 홈플러스리츠, 바디프랜드 등 대어급 기업들이 순차적으로 대기 중이다. 여기에 공모를 철회했던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재추진 여부에 따라 내년 IPO시장은 규모면에서도 큰 폭의 반등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꾸준히 선전하는 IT, 제약·바이오 등 업종에 대한 선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의 강세가 계속되면서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IPO 추진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예정 기업들이 순조롭게 증시 입성을 이룬다면 시장은 양적·질적 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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