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삼성물산이 3년의 긴 공백을 깨고 주택사업 수주전 복귀를 위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복귀를 알린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다. 이 단지가 총 사업비만 8000억원에 달하는 강남권 재건축 '대어'인 만큼, 서울 지역 정비사업 먹거리를 고민해온 삼성물산이 수주전에 본격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전날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 조합에 시공참여 의향서를 제출하고, 조합이 개최한 시공사 간담회에 참석했다.
간담회에서 마지막 발표주자로 나선 김상국 삼성물산 신규 주택사업 총괄 상무는 "이 자리에 서기까지 고민이 많았다"며 "정부에서 투명한 시장환경을 권장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한 상품을 보여줄 기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15년 12월 서초 무지개아파트 수주전 이후 3년여 만이다. 2017년 5월 방배5구역에선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긴 했지만, 참여 의향서는 내지 않았다. 때문에 삼성물산은 주택사업 철수설과 함께 '래미안' 브랜드를 매각 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에 시달리기도 했으나, 국내에선 기존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방식의 사업을 고수해왔다.
그간 삼성물산이 갖은 소문에도 도시정비사업 수주전 참여를 꺼린 것은 금품과 향응 제공이 난무하는 혼탁한 시장에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윤리·준법경영'을 기반으로 한 삼성그룹의 경영원칙 속에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영업활동이 필수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삼성물산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삼성물산이 이번 수주전에 참여할 뜻을 보인 것은 '변화하고 있는 시장환경'의 영향이 크다. 정부가 재건축 금품 수수 등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는 데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10월 13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 복귀를 검토할 만한 요건이 갖춰진 것.
개정안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금품·향응을 제공하다 적발된 건설사는 해당 시공권을 박탈당하는 것은 물론, 2년간 정비사업 수주가 금지된다. 또 '꼬리 자르기'를 막기 위해 건설사가 계약한 홍보업체(OS)의 위반 행위에 대한 책임 역시 건설사가 함께 지도록 했다.
엄격해진 정부의 제재는 타 건설사들에게 몸을 사려야 하는 악재로 작용했으나, 삼성물산에겐 주택사업을 재개할 수 있는 발판이 된 셈이다.
특히 참여 의향서 제출은 줄어드는 주택사업 수주잔고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동안 2016년 이전에 수주한 단지로 곳간을 채웠는데, 신규 수주없이는 2~3년 후의 분양물량과 호실적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컸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물산 주택사업 수주잔고는 2015년 말 13조290억원에서 2018년 3분기 8조3153억원으로 36% 줄었다.
삼성물산이 수주전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대림산업·대우건설·롯데건설·포스코건설·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GS건설 등 대형 건설사의 각축전이 벌어지게 됐다.
다만 삼성물산 측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수주전 복귀 여부와 관련해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눈치다. 아직 사업이 초기 단계이고, 이달 20일에 있을 조합장 해임 총회, 조합 결정에 불복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총회효력정지가처분 신청 등의 마무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 측에서 1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공문을 보내와서 참여하게 됐다"며 "본입찰을 위해서는 조합장 해임 총회, 소송 관련 현안들이 먼저 해결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전용면적 72㎡, 1490가구 규모의 단지로,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동, 2091가구 규모로 새단장한다. 이르면 내달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