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과 핵폐기물②] 사용후핵연료 과세안, 국회 통과 가능할까
[미래한국과 핵폐기물②] 사용후핵연료 과세안, 국회 통과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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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소위 "행안부-산업부 합의안 제출 없을 시 직권 처리"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김혜경 기자)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위치한 월성 원자력발전소. (사진=김혜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혜경 기자] 원자력 발전소 소재지를 중심으로 논의됐던 '사용후핵연료 과세' 도입 여부가 올해 안으로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방사성폐기물 지역자원시설세 부과에 대한 지방세법 개정안을 심사한 후 관계 부처 간 의견 조율이 되지 않을 경우 직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몇 년간 국회에 계류 중이었던 폐연료봉 과세안이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방폐물 지방세 부과의 첫 번째 목적은 기초자치단체의 원전 감독 권한을 강화하고 지역 안전을 도모함에 있다. 두 번째는 숨은 사회적 비용을 부과함으로써 원전이 저렴한 에너지원이라는 인식을 희석시킴과 동시에 원전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가능해진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강화됨으로써 에너지 전환 정책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 부산시 기장군 등 기초자치단체에 따르면 경주·기장·울진·영광·울주 등 5개 원전 소재 지역과 대전시는 지난해 11월 22일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실시된 지방세법 개정안 최종 심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법안소위에서 개정안이 의결될 경우 행안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진다. 

원전 소재 5개 지자체는 지난 2011년 행정협의회를 만들고 방폐물 이전 촉구와 중앙정부에 지방세 신설과 관련된 입법을 요구해왔다. 원자력연구원 소재지인 대전시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져왔다.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신광식 기장군 공정조세과장은 "3월 안에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관계 부처인 산업부가 합의안을 제출하지 않거나 산업부에서 지속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할 경우, 위원회는 반대 의견을 배제하고 처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면서 "늦어도 4월 내 법안소위 결론이 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지방세법는 발전 사업자에게 지역자원 보호, 안전 등의 이유로 일정 수준의 '지역자원시설세'가 부과를 규정하고 있다. 원전의 경우 발전량을 과세표준으로 kWh당 1원이 부과된다.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매년 발전량 기준 1.5원 정도를 해당 지자체와 지역 주민에게 지원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 2015년 원전 시설세가 한 차례 인상됐음에도 여전히 세율이 낮다는 점과 고선량 방사능을 내뿜는 사용후핵연료의 경우 저장·처분에 별도 과세 가능한 제도가 현재는 없다는 것이다. 

폐연료봉을 장기간 발전소 내 보관함으로써 발생하는 위험 부담을 세금 형식으로 부과해 비용을 환수해야 한다는 것이 원전 소재 지자체의 입장이다. 중간저장시설 혹은 영구처분장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준위방폐물이 원전 내 임시로 보관되는 기간이 언제까지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6~2017년 강석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은 원전 내 방폐물 과세 관련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까지 발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사용후핵연료에 부과될 세금은 농축우라늄을 사용하는 경수로의 경우 다발당 550만~600만원, 천연우라늄을 쓰는 중수로는 22만원 정도로 책정돼 연간 세수는 700억원에서 20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현재 중·저준위방폐물 가운데 선량이 낮은 저준위의 경우 경주 방폐장에 반입될 시 해당 지자체에 드럼당 비용이 지불되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도 불거진 바 있다. 또 대전시와 원전 소재 지자체는 상업 발전 시설 외에도 원자력연구원 등 연구 관련 시설도 포함해 과세하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심사 과정에서 산업부는 방폐물에 대한 세율조정을, 지자체는 과세안을 신설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립해왔다. 신 과장은 "산업부는 현행 세제나 지원금이 원전 지역에 충분하다는 점과 전기요금 인상 등의 이유로 신규 과세는 반대해왔다"면서 "다만 지난해와 달리 최근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되는 이유는 폐연료봉 과세 자체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지방세연구원이 발간한 '원자력발전 제세부담금 및 해외사례' 보고서는 "원전의 외부효과는 발전을 통해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닌 원전 관련 시설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발생한다"면서 국가 혹은 지방 정부 차원에서의 방폐물 과세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놨다.

보고서는 "스웨덴은 원전 가격 경쟁력을 감소시키고 신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 과세에 대한 세율을 올리고 있다"면서 "프랑스는 원전 시설을 과세 단위로 묶어 정액으로 과세하고 있으며, 폐로한 원전시설도 과세 범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사례로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해 상이한 목적으로 과세할 경우 이중과세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일본의 경우 핵연료 생산 단계에서 부과되는 '핵물질 취급세'와 저장 단계에서의 '사용후핵연료세' 등 원전 관리에 있어서 지방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한편 사용후핵연료를 지방세 등 조세 범위에 포함시킬 경우 오히려 원전 사업자에게 임시저장시설을 늘릴 수 있는 명분을 준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에 일각에서 사업자에게 고준위방폐물 안전문제를 계속 맡길 수 없기 때문에 독립된 기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신 과장은 "사업자는 수조에 보관 중인 폐연료봉을 밖으로 꺼내 건식 저장을 하게 되면 일정 수준의 지원금을 제공하겠다며 지역을 대상으로 설득에 나섰다"면서 "건식 저장이 어쩔 수 없다면 정확히 어느 시점까지 발전소 내에서 보관하게 되는지 확답이 있어야 하는데 건식 보관을 해야한다는 말만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과세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계속 보관할 수 있는 빌미를 주지 않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지역 입장에서 가능한 최소한의 조치가 지방세 부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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