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III 도입에 건전성 규제 강화…"기존보다 더 많은 자본 투입"
금융권에 열어준 클라우드, 인터넷전문은행에는 'No'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세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최근 설명회까지 열렸지만 높은 건전성을 요구하는 바젤III 도입에 따른 자본금 규정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또한 금융권에도 허용된 클라우드 시스템 활용이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적용되지 않아 혁신성 등 기존 수준에 맞춘 선정 기준이란 당국의 주장이 무색하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를 열고 심사 기준과 사업계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제3인터넷전문은행의 자본금 기준은 한국카카오은행이나 케이뱅크 인가당시의 500억원보다 절반 낮은 250억원 수준으로 정해졌다. 다만 자본금이 사업계획에 따라 적정한 수준인지, 자금조달방안은 현실적인지 등이 검토된다.
김병칠 금감원 은행총괄팀장은 "자본금 최소 요건인 250억원만 넘으면 사업계획에 맞춰 자본금에 대해 평가할 것"이라며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곳이 있다면 굳이 자본금이 많이 늘지 않아도 사업 영위가 가능하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 인터넷은행부터는 출범과 동시에 바젤Ⅲ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자본금 적용이 더욱 까다로워 진다는 얘기다.
바젤Ⅲ는 국제결제은행(BIS)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에서 발표한 신국제은행자본규제다. 국내에서는 2020년부터 전 은행권에 적용돼 자기자본비율(BIS) 8%, 기본자본비율 6%, 보통주자본비율 4.5%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BIS비율을 14%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 등 조치를 받게 되고 개선되지 않을 경우 퇴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제3인터넷은행은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출범 초반에는 자본금을 대규모로 소진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BIS 비율이 낮아지게되고,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게 돼 영업에 차질이 생긴다.
앞서 금융당국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대해서는 출범 초기 1년간 규제 강도가 가장 낮은 바젤Ⅰ(BIS비율 8%)을 적용하는 등 유예 기간을 줬다. 그럼에도 자본금 납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케이뱅크는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상품 판매에 한도를 두는 등 영업활동에 스스로 제한을 걸어야 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케이뱅크 BIS비율은 11.32%였다.
특히 바젤Ⅲ 적용 예외 규정은 2019년 말 끝난다. 일러도 2020년 말에야 영업을 시작하는 제3인터넷은행은 수수료 수익이 사라진 금융시장 환경과 갈수록 낮아지는 예대마진, 정부의 대출규제 속에서 훨씬 강화된 자본건전성 규제를 지켜가며 영업해야 한다. 자본금 규정이 한층 강화된 셈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지난해를 정점으로 국내 금융시장은 더이상 예대마진이나 리테일 서비스만으로는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기존 은행권도 인수합병이나 해외진출등을 통해 금융시장 악화에 대비하는데 신생 은행은 더욱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금융당국이 자본금 수준을 낮췄다 하더라도 규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보다 더 잦은 자본금 확충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조삼모사"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열어준 클라우드도 제3인터넷전문은행에서 활용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
최근 금융당국은 개인신용정보를 클라우드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고 활용하도록 독려했다. 그러면서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면 비용 부담이나 안정성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정작 제3인터넷은행 설명회에서는 "100% 확답을 드릴 수 없다"는 전혀 다른 답변이 돌아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날 인터넷은행 시스템을 외부 클라우드로 구성해도 되냐는 질문에 "결제망 등 바운더리에 갖혀있는 게 많아 기술적인 측면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인터넷은행 설립에 ICT 기업 참여는 지키라고 하면서 ICT 기술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동을 건 것이다. 금융규제의 폐쇄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혁신을 위해 IT기업을 끌어들였지만 금융당국의 잣대로 평가하자 혁신이 멈췄다"며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IT 업계 사람들이라도 규제라는 울타리에 갖히면 새로운 것(서비스 등)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번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는 금융감독원장의 자문기구인 외부평가위원회의 평가로 진행될 예정이다. 교수, 전문가 등 7인으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는 서류로 1차 심사한 뒤 신청기업들의 프리젠테이션과 질문·답변을 통해 점수를 매겨 평가하게 된다.
3곳 이상이 예비인가를 신청할 경우 심사는 상대평가로 이뤄지며 신청 기업이 2곳 이하라면 평가점수를 참고해 인가를 결정하게 된다.
배점은 총합 1000점으로 이뤄지며 이번 심사에는 혁신성과 포용성, 안정성에 좀 더 높은 점수가 할당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