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원 이하 저가 아파트 위주로 거래 성사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이제 곧 봄 이사철인데 매수자들이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요. 문의 전화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집값 변동이 잦은 최근에는 물건 권유도 쉽지 않으니 여러모로 힘이 듭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W공인중개업소 대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나날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매매가격과 궤를 같이 하는 모습이다.
6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던 '현금부자'들의 움직임은 현저히 둔화됐다. 대출규제 강화로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짙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월 아파트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현재까지 1648건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198건)과 비교해 83.8% 감소했다. 하루 평균으로 따지면 54.9건으로 전년(일 평균 328.9건)의 16% 수준에 불과하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207건을 기록한 노원구가 유일하게 세 자릿수를 나타냈고, 도봉구(97건)와 구로구(91건), 강동구(88건), 동대문구(88건), 강서구(87건), 성북구(86건), 은평구(82건) 등 순이었다.
강남구(77건)와 송파구(77건), 서초구(60건) 등 강남3구는 하루 평균 3건의 거래도 이뤄지지 않았다.
계약일을 기준으로 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봐도 '거래절벽'을 체감할 수 있다. 서울에선 현재 466건의 아파트 계약이 체결됐는데, 전년동기(1만2563건) 대비 96.2%나 쪼그라들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매매가격이 6억원 이하 아파트의 거래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시장이 얼어붙은 이후 저가 아파트보다는 고가 아파트가 수요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 전체 466건 중 6억원 초과의 아파트 거래 건수는 112건, 6억원 이하는 354건으로 각각 24%, 75%의 비중을 차지했다. 20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 거래량은 단 7건 뿐이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택시장에서 고가 아파트가 시세 하락을 주도하고 있어 거래가 저조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조금이라도 높은 값에 팔려는 주택 보유자와 값이 더 떨어지길 기다리는 매수 대기자의 생각이 상충되면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6억원 이하 아파트의 대출이 상대적으로 원활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세제 강화와 대출 규제, 관망세 등으로 급매물 위주의 거래만 이어지고 있다"면서 "그중에서도 가격 상승폭이 낮았던 저평가 단지나 역세권 단지 중심으로 간간이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게다가 오는 4월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 이슈도 있어, 올 상반기엔 거래 감소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집값이 더 떨어지길 기대하는 수요자가 늘다 보니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매수자 우위로 형성돼 있다"며 "당분간 집값 조정과 과세 강화 등이 부동산 시장 움직임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