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상상 이상'의 갑질이 드러났다.
그는 잡초 제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단 이유로 직원에게 20cm 철제 전지가위와 스카치테이프 커터기를 던지는가 하면 높이 3미터 사다리에 올라가 작업하고 있는 직원의 일처리 속도가 늦다며 발로 사다리를 걷어 차 떨어지게 했다. 이 직원은 무릎 연골이 찢어지는 등의 상해를 입었다.
식재료(생강)를 충분히 구입해 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직원은 그가 집어던진 책에 왼쪽 눈을 맞아 각막 통증 및 출혈 상해를 입었고, 또 다른 한 직원은 자택 정원에 심어진 화초의 줄 간격을 못 맞춘단 이유로 "초등학교도 안나왔냐"는 욕설과 함께 꽃포기를 맞아 눈에 흙이 들어가는 등 폭행을 당했다. 약속장소에 늦게 도착했단 이유로 운전기사 얼굴에 침을 뱉는가 하면 좌회전을 하고 있는 기사에게 "XXXX야, 너 때문에 늦었잖아"며 욕설을 퍼붓고 운전석 시트를 발로 찼다.
서울파이낸스가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이 씨의 공소장에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이 씨가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한 사례가 구체적으로 기록돼 있다. 피해자는 총 9명으로 주로 운전기사와 자택 직원이었다.
지난해 4월 조현민(36) 전 진에어 전무의 '물벼락 갑질' 논란을 계기로 어머니인 이 씨도 자택 직원과 운전기사 등에게 온갖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한진가(家)의 갑질 의혹이 언론 보도와 제보 등을 통해 불거지자 검찰은 수사에 돌입했다. 결국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지난달 말 이 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대한법률 위반(운전자폭행 등)과 상습특수상해,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소문에 따르면 이 씨는 직원의 걸레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일을 그 따위밖에 못하냐, X 같은 새끼"라고 욕설을 하며 길이 약 25cm인 플라스틱 삼각자를 던져 턱에 맞혔다. 두께가 5cm, 길이가 50cm인 밀대를 이마를 향해 던지기도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자택에 있는 나무 신발장을 청소하며 기름을 많이 묻혔다는 등의 이유로 허벅지를 맞았다. 이 같은 사례는 무려 세 차례나 등장한다.
한편 이 씨는 갑질폭행 사건 외에 지난달 21일 필리핀 여성을 대한항공 직원으로 속여 입국시킨 뒤 자택에서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도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상습밀수 혐의도 있다. 지난달엔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이 해외에서 구입한 과일과 그릇, 명품 등을 상습적으로 밀수입한 혐의(관세법 위반)로 이 씨와 그의 딸인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