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호정 기자] 삼성이 올해 상반기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TV용 대형 패널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생산중단 7년 만에 대형 OLED 패널에 재도전할지 관심이 모인다.
현재까지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은 '확정된 것이 없다'지만 TV 세트와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 수익성에 대한 고민이 결국 QD-OLED 투자로 귀결되지 않겠냐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11일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오는 4월께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QD-OLED 투자를 결정하고, 연내 장비를 반입해 2020년 말이나 2021년 초에는 제품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QD-OLED란 빛의 3원색(빨간색·초록색·파란색) 가운데 파란색을 광원으로 쓰고 그 위에 적·녹 QD 컬러필터를 올리는 방식이다.
이는 LG디스플레이가 TV용 대형 패널에 적용하는 화이트 올레드(WOLED) 방식과 차이가 있다.
업계에선 발광층을 쌓아 만든 백색(W) OLED에 3원색 컬러필터를 탑재하는 WOLED보다 QD-OLED의 생산성 및 색 재현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한다.
실제 LG의 'OLED TV 진영'에 맞서 'QLED TV 진영'을 이끌고 있는 삼성이 QD-OLED 투자에 나선다면, TV용 대형 OLED 패널에 재도전한다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서 2012년 삼성전자의 55인치 OLED TV에 패널을 공급한 바 있지만, 대량 양산을 앞두고 수율 확보 문제로 이듬해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삼성의 QD-OLED 투자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근거 중 하나는 삼성전자의 TV 사업 수익성 문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TV 사업 전략에 대해 8K QLED와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투트랙'으로 가겠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TV 사업 수익성이 경쟁사인 LG전자에 뒤처지며 QD-OLED TV 투자에 돌입할 가능성도 커졌다고 봤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LG전자가 OLED TV를 본격 판매한 2016년부터 역전을 허용했다"며 "특히 지난해 1분기엔 두 회사 간 영업이익률 격차가 10%포인트 가까이 확대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LG전자 사례를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OLED TV 수요와 원재료 구조상의 수익성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한 이상 삼성전자도 2021년 출시를 목표로 QD-OLED TV 투자에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익성 문제도 맞물린다.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시장에선 '절대 강자'이지만, 스마트폰 수요가 감소하고 중국 업체들의 OLED 양산으로 경쟁이 치열해진 리스크가 발생했다.
새로 출시되는 폴더블폰과 관련한 새로운 수요가 창출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아직은 물량 추정이나 수율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소형 OLED 신규투자는 어렵고, 대형 패널에서 투자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것이 바로 QD-OLED 파일럿(시범) 투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7일에는 아예 QD-OLED 생산 라인이 들어설 걸로 예상되는 충남 아산 디스플레이시티2(이하 A5 공장) 공사현장을 탐방한 증권사 리포트도 등장했다.
최영산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건설사업부가 현장에 머물며 공사 상황을 체크했고, (인터뷰한 주변 인원들로부터) 2월 말∼3월부터 새로운 건설 기계가 들어와 공사가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며 "올해 내로 공사 재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판단했다.
한편 일각에선 삼성의 모호한 입장도 이런 기대감에 한몫한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컨퍼런스콜에서 투자계획 질문에 "QD OLED 기술을 포함해 다양한 기술의 가능성을 열고 검토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고, 삼성디스플레이도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구체적 투자 내용이나 일정 등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