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쏟아지는 부동산 규제와 일감 보릿고개가 맞물리면서 건설업계의 '고용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건설업 취업자는 2년 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곳간이 넉넉한 대형 건설사조차 정규직의 숫자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스스로 짐을 싸는 건설사 임직원들도 관측된다. 짙은 불황 그림자 탓에 아예 건설업계를 떠나 새 진로를 찾으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 7만3000명에서 같은 해 12월 3만5000명으로 증가폭이 축소된 데 이어 1월에는 아예 1만9000명이 감소했다. 건설업 취업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2016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특히 대형건설사들의 인력 감축이 두드러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9개 상위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현대엔지니어링·포스코건설·롯데건설·SK건설)의 정규직 직원 수는 3만627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7년(3만6860명) 대비 587명 줄어든 수준이다. 이 중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직원 수는 직원수는 4678명으로, 2017년 말(4846명) 보다 168명이나 감소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근 1~2년간 실시한 구조조정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도 같은 기간 4441명에서 4344명으로 97명 줄었다. 대우건설은 3943명에서 3845명으로 98명, GS건설은 5170명에서 4987명으로 183명 등 각각 9개월새 인력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엔지니어링(4065명)과 SK건설(4063명) 역시 정규직 직원수가 각각 63명, 101명 줄었다.
주요 건설사들의 정직원 수 감소는 최근 몇 년간 정부의 규제가 연이은 데 이어 해외 시장까지 수주절벽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악화되는 경기에 건설사들이 구조조정을 실시하거나 정규직 채용을 예전보다 덜 하는 등 인원 감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건설업은 신규 인력의 유입이 저조하고, 근로자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지속되는 규제 기조에 건설사들의 인원 감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스로 짐을 꾸리는 직원들도 적잖다. 구조조정 한파가 계속될 것이라는 염려가 건설사 직원들의 이직을 부추기고 있는 눈치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금융업 등으로 진로를 바꾼 직원들도 늘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휴가 신청을 내놓고 복귀를 하지 않는 젊은 직원들이 꽤 많다"며 "뒤숭숭한 분위기가 계속 되다보니 하루라도 빨리 다른 길을 찾으려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매년 조금씩 인원을 줄여나가고 있긴 하지만, 이직을 위해 본인 의사로 퇴사하는 정직원들도 늘고 있다"면서 "신탁사 쪽으로 빠지거나 아예 새로운 금융업에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건설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의존도가 높은 주택사업마저 악재로 가득해서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건설업 고용은 당분간 부진할 것"이라며 "다만 올해 정부의 SOC 투자예산 증액 및 예타 면제 사업 규모 확대 등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