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서예진 기자] 기아자동차 노사가 마련한 통상임금 잠정합의안이 노조 투표로 최종 가결됐다. 노사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 절충안을 찾았고, 노조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통상임금 문제를 두고 8년 동안이나 끌어온 1조원 규모 법적분쟁에 종지부가 찍혔다.
민주노총 기아차지부(기아차 노조)는 14일 기아차 노사가 마련한 통상임금 미지급금 지급 방안에 대해 찬반투표를 해 최종 가결했다. 기아차 소하·화성·광주·정비·판매지회는 이날 2만9219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조합원 2만7756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중 1만4790명(찬성률 53.3%)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했다. 재적 인원의 과반수가 동의하면서 이번 기아차 노사 잠정합의안은 최종 가결했다. 기아차 노사는 18일 오후 1시에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 본관에서 조인식을 할 예정이다.
앞서 기아차 노사는 지난 11일 소하리공장에서 개최한 기아차 통상임금 특별위원회 8차 본협의에서 일부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적용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노사 합의안에 따라 기아차는 일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간주할 경우 사측이 추가로 지급해야 하는 임금을 3가지로 구분해서 지급한다. 일단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약 3년치 지급액은, 이 소송에 참여한 노조원이 2심에서 받아야 할 판결금액의 60%만 정률 지급한다. 지급기간은 올해 10월 말까지다.
또 2011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는 1인당 최대 800만원 이내의 금액을 정액으로 지급한다. 다만 근속 기간에 따라 2014년 1월 이후 입사자는 600만원, 2016년 1월 이후 입사자는 400만원으로 차등지급한다. 지급 시기는 3월이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원은 1인당 평균 1900여만원의 임금을 추가로 받을 수 있게 됐다.
기아차는 앞으로 상여금 750% 전체를 통상임금으로 적용하고, 상여금을 포함해 시급을 산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생산직 2교대 근무자가 20년2개월은 근무했다고 가정했을 때, 이들이 받을 수 있는 통상임금(월 기준)은 약 150만원 정도 늘어난다(300만5207원→448만3958원). 또 통상임금이 상승하면 연장·심야수당도 이에 비례해 평균 3만1549원 늘어난다(40만9981원→44만1530원).
통상임금은 노동자가 소정의 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의 대가로 받는 임금이다. 그간 기아차 노조는 상여금·일비·중식대 등 일부 항목도 통상임금으로 포함해달라고 요구했다. 통상임금의 범위가 논란을 낳은 건, 통상임금이 심야수당·초과근로수당·퇴직금 등을 계산하는 기준 금액이기 때문이다.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항목이 늘어나면, 이에 연동한 각종 인건비도 상승한다.
기아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1심·2심 재판부는 정기상여금·중식비·토요근무비 등 일부 수당도 통상임금에 포함하라고 판결했다. 매달 일정한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나왔고(정기성),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했으며(일률성), 근로자의 업적·성과와 무관하게 고정적으로 지급했다(고정성)는 것이 판결의 근거다. 하지만 노조원이 찬반투표를 거쳐 합의안을 받아들이면서, 노사는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고 통상임금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끝내게 됐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달 기아차 노조원들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며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