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서예진 기자] 국내 5대 그룹 가운데 삼성, SK, LG, 롯데 등이 이달 말과 내달 초 잇따라 창립 기념일을 맞지만, 그룹 차원의 기념식이나 행사를 개최하는 곳은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성격의 행사를 지양하자는 취지가 반영된 데다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강화하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삼성은 22일 창립 81주년을 맞았지만 별도의 기념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전략실 해체로 그룹 개념이 사라진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물론 1938년 3월 설립된 모태 기업 '삼성상회'의 후신인 삼성물산도 근속자 포상 등 간략한 행사만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은 지난해 창립 80주년을 맞아 삼성 80년사를 되돌아보는 영상물을 제작해 계열사 임직원에게 공개하고, 계열사별로 봉사활동을 진행하는 것으로 대신한 바 있다.
오는 27일 창립 72주년을 맞는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첫 창립 기념일이지만 별다른 행사를 열지 않는다.
다만 예년과 같이 4월 둘째 주 금요일(올해는 12일)에는 그룹 임직원이 일제히 휴무다. 창립 기념일이 아닌 4월에 쉬는 것은 내달에 공휴일이 적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달 초에는 롯데그룹과 SK그룹의 창립 기념일이 차례로 이어진다. 롯데는 그룹 모태인 롯데제과의 창립 기념일인 4월 3일(1967년), SK는 선경직물 창립 기념일인 4월 8일(1953년)이다.
재계에 따르면 롯데는 창립 기념일 당시 지주사 직원들은 하루 쉬고, 일부 임원은 자원봉사 활동을 한다. 그러나 다른 계열사 임직원들은 이와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SK도 그룹 차원의 창립 기념식이나 휴무 등은 없으며, 계열사별로 각자의 창립 기념일에 하루씩 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그룹 창립 기념일은 별도로 없으며, 현대자동차 창립 기념일인 12월 29일에는 임직원들이 하루 쉰다고 밝혔다.
이같이 재계에서 창립 기념행사를 축소하거나 없앤 것은 꽤 오래전으로, 선단경영을 지양하고 계열사별 독립경영이 강조되는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라고 재계 관계자들이 전했다.
그러면서도 재계 관계자들은 "다만 근속 기간이 긴 임직원들은 그룹 내 결속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창립 기념행사가 없어진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