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회장직 고사' 이대현 전 부행장, 대표 내정
"산업은행, 구조조정 실패 자회사에 떠넘긴다"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산업은행이 설립할 예정인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 'KDB AMC(가칭)'을 두고 산업은행의 고위 퇴직자를 위한 자리 만들어주기 아니냐는 의혹과 비판이 제기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KDB AMC의 9월 출범 내용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했다.
KDB AMC는 지난해 하반기 '출자회사 관리체계 개선 추진단'으로 태스크포스가 꾸려진 뒤 설립 추진이 본격화됐다. 산업은행의 출자관리 회사를 인계받아 구조조정 등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자회사로 설립될 예정이다.
하지만 KDB AMC 설립을 두고 여러 말들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산업은행의 고연령 임직원들이 이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산업은행의 임금피크 대상 직원은 지난해 212명(6.6%)이다. 산업은행은 현재 희망퇴직의 길이 막힌 상황이라 임금피크 대상자는 매년 늘어 오는 2022년이 되면 548명(17.1%)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KDB AMC가 설립되면 이들이 전문성을 명분으로 자리를 옮겨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실제로 KDB AMC의 초대사장에는 이대현 전 수석 부행장이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부행장은 당초 금호타이어 회장 직에도 추천됐으나 본인이 이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출신이 KDB AMC 요직에 않게 되면 산업은행이 앞서 선언한 '산업은행 혁신방안'을 스스로 어기는 셈이다. 이는 ‘산업은행이 채권단으로 참여하는 구조조정 기업에 임직원을 재취업시키는 것을 전면 금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은행은 "자회사(KDB AMC)는 직접적인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아니기에 취업이 가능하다"라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 KDB AMC 설립은 산업은행의 낙하산 자리 만들기 수단 외에도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실패를 떠넘기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마저 나오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해 노조와 지역 시민 등으로부터 갖은 비판과 공격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의 구조조정 처리와 관련한 비판은 이에 앞서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대우건설의 매각 실패 등 사례가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향후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 KDB AMC를 설립하면 산업은행은 이 같은 지적으로부터 전보다 자유로워질 수 있다. 구조조정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일이라 잘해봐야 본전인데 그 책임을 자회사에게 떠넘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 AMC는 구조조정 전문 자회사인데 산업은행의 임금피크 대상 직원들이 모두 관련 부문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다"라며 "만약 이동한다 하더라도 몇 명 수준에 그칠것이며 나머지 인원은 외부 등에서 채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대현 전 부행장이 초대 사장으로 내정된 것에 대해서도 "아직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KDB AMC 자회사의 낙하산 논란은 산업은행의 이전 사례 때문에 더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앞서 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하면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짐에도 2008년 이후 산업은행 출신의 한국GM 이사는 전체 18명 중 절반인 9명이나 됐다. 전직 산업은행 총재는 물론 구조조정실장, 재무관리본부장 등 모두 산은 요직에 있던 인사들로 한국GM의 경영 몰락을 방관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국회 이학영 의원실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 7월까지 산업은행의 퇴직 임직원 135명이 낙하산 취업에 성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은행이 지분을 갖고 있거나 구조조정 진행 중인 기업에 낙하산 취업했고, 산업은행 퇴직 임직원들은 재취업 기업의 대표이사, 감사, CFO, 부사장 등 주로 요직에 보임됐다.
이에 국회 외 감사원까지 나서 수차례 산업은행 출신 낙하산 문제를 지적해 왔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어 산업은행 자회사 KDB AMC가 낙하산의 또다른 우회 수단이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